[MT시평]정봉주 숙청이 남긴 정치양극화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4.09.09 02:05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남긴 '정봉주 숙청사건'은 정치 양극화의 본질과 주범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대통령 부부가 살인자"라며 증오를 퍼붓는 정치인이 승리를 위해 어떻게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과 연합해 상대진영을 적대화하고 정봉주 후보를 배신자로 몰아 낙마시키면서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등장했는가를 명증한다.

차제에 '정봉주 숙청'이 남긴 정치 양극화에 대해 기억하고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 이제 정치 양극화는 국민 전체의 이념적·당파적·정서적 문제가 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X)'에 의하면 정치성향이 다르면 연애와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는 국민이 58%나 됐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성향이 안 맞으면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국민은 33%였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는 국민도 71%에 이르렀다.

이런 결과는 정치 양극화가 정치인, 언론, 지식인, 시민단체 등 정치 엘리트들의 공론장 문제를 넘어 국민 전체 개개인 삶의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이념성향 구도는 어떨까.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수, 중도, 진보의 비중은 각각 29.9%, 46.7%, 23.4%다. 중도가 두터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념 갈등의 정도에 대해 국민 82.9%가 '심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는 한 가지 의문을 던진다. 중도가 절반에 가까운데 왜 국민 다수는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모순되지 않게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양극화의 성격이 '정치엘리트 수준의 정치 양극화'인지 반대로 '국민 수준의 양극화인지'가 쟁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정치 양극화를 경험하고 분석한 미국 학계의 시사점을 볼 때 양극화 원인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가 경쟁한다.


첫째는 정치 엘리트 수준의 양극화가 국민들의 양극화로 번졌다는 시각이다. 정치 엘리트인 정치권이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을 끌어들이고 동원하면서 국민들까지 전염시켜 정치 양극화를 확산했다는 시각이다. 둘째는 국민들 수준의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시민단체, 지식인, 언론, 정치권으로 확산해 정치 엘리트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적절할까. 둘째라면 국민 수준의 경제 양극화를 반영한 엘리트들의 정치 양극화는 민의의 자연스러운 반영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에서 '양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30% 무당파의 존재', 그리고 '45% 이상 중도성향의 존재'를 볼 때 첫째 시각이 적절해 보인다. 왜냐하면 국민 수준에 의해 양극화가 됐다면 다수의 무당파와 중도는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 양극화의 본질이 첫째라면 그 해법은 간단하다. 정치권이 강성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도록 불이익을 주는 게 핵심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해 음모론이나 괴담을 선동하거나 '증오·혐오발언'을 한 정치인의 공천을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게 시급하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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