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낸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계의 대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일 밤 서울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한 곳인 이대목동병원을 다녀 온 후 다음날 아침 이같은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한 총리는 "올해 의대 정원은 이미 수능이 목전에 닥쳐 어렵다"면서도 '의대 정원 재논의' 입장을 이같이 나타냈다.
한 총리가 무너지는 의료 현장을 직접 챙겨 본 후 내놓은 입장인터라 의료계 안팎에선 "의대정원 조정은 어렵다고 한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즉각 이에 반박했다. 국무조정실은 7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재논의한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건없이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의료계가 먼저 '합리적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다.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해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수가체계 △의사와 환자를 모두 힘들게 하는 의료소송 체계 △전공의들의 저임금 근로에 의존해온 인력 체계 등의 많은 문제점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가면 불과 10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해질거라고 전망한다.
국무조정실은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넘게 줄기차게 의료계에 요청해 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이라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인력 수급체계는 국민연금처럼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를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 추계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안과 다른 의견이 있다면 과학적 분석에 터잡은 의료인 수요 추계를 제시해야 재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앞으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증원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결론에 한 목소리로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합의하라는 요구, 단 한 가지 뿐"이라며 "아무리 괴로워도, 국민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사안을 그렇게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