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논바닥, 파란색 깃발 여러개"…그곳에서 만들어진 통계들

머니투데이 여주(경기)=유재희 기자 | 2024.09.09 00:00
(서울=뉴스1) = 이형일 통계청장(오른쪽 세 번째)이 5일 경기도 여주시 2024년 쌀 예상량 조사 현장을 방문해 쌀 예상량 조사를 시연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 2024.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지난 5일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논 일대. 가을걷이를 앞둔 벼들이 허리춤까지 자란 모습이었다. 장화를 무릎까지 올려 신은 이들은 벼를 가르고 파란 깃발들을 논바닥 여러 곳에 꽂았다.

이곳은 통계청 경인지방청 성남사무소 직원들이 올해 쌀 예상량을 조사하는 현장이다. 이날은 이형일 통계청장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56.4kg)은 3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쌀값은 수요가 줄면서 매년 내려가고 있다. 농가의 시름도 깊어졌다. 국회·정부가 식량수급 계획, 농산물 가격안정 등 대책을 고민하는 이유다.

대책은 정교할수록 문제를 꿰뚫기 마련이다. 통계청의 쌀 생산량 통계가 대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의 주식(主食)이고 식량 안보와 직결된 쌀의 수급과 관련된 정책이라면 더더욱 통계가 지반 역할을 해야 한다.

전국에서 쌀 예상량 조사가 진행되는 표본구역은 전국 3000여곳이다. 농가로부터 조사 동의를 받는 것부터 일이다. 이후 과정은 △표본구역의 2곳(A·B) 선정 △포기 간 길이 측정 △포기당 이삭 수 세기 △평균 이삭이 되는 포기 예취 △낟알 수 조사 등으로 이뤄진다.

통계청은 현장에 오기 전 무작위로 표본을 채취할 기준 지점을 정한다. 그리고 논에 들어가면 기준 지점에서 10포기, 세로 10포기 측정한다. 가로·세로 길이는 향후 1㎡당 평균 포기 수를 산출하기 위해 쓰인다. 이후엔 지점을 나타내는 파란 깃발을 꽂는다.

그다음엔 이삭 수를 세야 한다. 이날 청장과 직원들은 "1번 18개, 2번 25개, 3번 17개, 4번 20개, 5번 22개…" 등으로 얇고 두꺼운 이삭들을 손으로 묶고 일일이 수를 헤아렸다. 이들의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포기가 예취(刈取·곡식이나 풀을 베는 것) 대상이다.

(서울=뉴스1) = 이형일 통계청장이 5일 경기도 여주시 2024년 쌀 예상량 조사 현장을 찾아 예취된 포기의 낱알 수를 조사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 2024.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후 이삭에 달린 낟알을 떼어내고 집계한다. 여기선 알맹이가 있는 낟알과 그 반대인 쭉정이를 걸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낟알 수를 먼저 세어 본 이후 쭉정이 개수를 뺀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경험하지 않고선 쭉정이를 단번에 골라내긴 어렵다.

이 청장도 미간에 힘을 준 채 "하나, 둘…" 낟알 수를 헤아렸다. 이후 통계청 직원들이 다시 한번 낟알 수를 검토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청장은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통계청 직원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 끝에 평균 포기 수, 이삭 수, 완전 낟알 수가 집계됐다면 천립중(낟알 1000개의 무게) 등을 곱하고 면적을 고려해 해당 구역에서 생산될 쌀의 예상량을 산출한다. 그다음 전국의 표본들을 모아 통계청 본청에서 최종적으로 집계한다.

통계청은 10월 수확기가 되면 쌀 생산량 조사도 실시한다. 예상량 조사 당시 꽂은 깃발을 기점으로 3㎡ 구역의 벼(평균 60개 포기)를 실제로 베고 탈곡·건조를 통해 무게를 잰다.

올해 쌀 예상량 조사 결과는 10월 7일, 생산량 조사는 11월 5일 발표된다. 지난해 발표된 쌀 예상량은 368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쌀 생산량은 370만2000톤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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