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퍼'를 아십니까…실종 아이들 노리는 '검은 손'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4.09.18 08:22

[2024 실종리포트(하)-다섯 가족 이야기]②'아동 실종' 트렌드 변화, '헬퍼' 주의보
해외선 SNS 글만 올려도 엄벌…전문가들 "헬퍼 범죄 '사전' 차단해야, 입법 논의 시급"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지난 6일 오후 X에 자신을 '서울 지역 헬퍼'라고 소개한 사람이 올린 게시글. 익명 계정을 사용해 실제 작성자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 /사진=X 캡처

# 지난 5월 A씨는 가출한 여고생을 도와준다며 모텔로 불렀다. 그는 경찰에 검거된 후 억울하다고 호소했으나 '미신고 보호' 및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해당 모텔 업주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 지난 4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된 13세 B양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40대 C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3일간 숙식을 제공하는 등 '미신고 보호'한 혐의다. 그는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미성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헬퍼'가 활개치고 있다. 대체로 길거리 청소년 등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후 성착취 등 범죄를 벌인다. SNS(소셜미디어)상에서 시작된 헬퍼 범죄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X(옛 트위터) 등 SNS에 '헬퍼'나 '헬프'를 검색한 결과 최근 1시간 내 관련 게시물이 10개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헬프는 헬퍼의 도움을 받으려는 미성년자를 뜻한다. 헬퍼는 거주 지역을 밝히면서 숙식, 용돈, 옷 등 도움을 주겠다고 미성년자들을 유인한다.

경찰에 따르면 헬퍼들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선의로 숙식을 제공하려고 한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도를 떠나 헬퍼들이 미성년자에게 이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찰은 경고한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 2조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은 실종아동에 해당한다. 또 같은법 7조(미신고 보호 행위의 금지)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 등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C씨 역시 집에서 나온 B양에게 경기 이천에 있는 자신의 빌라를 거처로 제공한 후 선의였다고 주장했다. C씨는 실종아동법 위반 혐위로 검찰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 지원단체 탁틴내일의 정희진 팀장은 "보호할 목적이었다면 아이들을 수사기관이나 보호기관에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마다 실종 아동 발생 건수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헬퍼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실종 아동 발생 건수는 △2020년 3345건 △2021년 3699건 △2022년 5419건 △2023년 5557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그래픽=SNS(소셜미디어), 임종철 디자인 기자

이에 '아동 유인' 행위 자체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SNS에서 성적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할 때는 처벌이 가능하나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정 팀장은 "헬퍼들은 목적을 드러내놓고 미성년자들을 유인하지 않는다"며 "SNS 사업자의 관련 신고를 의무화하고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틴내일 '2023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성범죄법'(Sexual Offence Act)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밥을 먹자' '함께 술을 마시자' 등 대화만으로 처벌 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상대가 15세 미만임을 알고 온라인 만남을 제안한 이에 대해 목적 및 의도와 관계 없이 형사 처벌할 수 있다.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처벌된다. 미시간주에서는 부도덕한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할 경우 최고 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을 역임했던 이명숙 변호사는 "헬퍼 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SNS에서 청소년에게 도움을 제공한다는 글을 올리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행동에 이르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7일 오후 7시쯤 경기 의정부역 6번 출구 앞에서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의정부시일시청소년쉼터 포텐'(포텐)의 아웃리치 활동 현장. 2023.07.07./사진=뉴시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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