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밸류업의 동력을 떨어트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4.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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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추상철

발도(拔刀)는 꽤 날카로웠다. 올초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상장기업 저평가) 해소를 위해 증시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을 꺼내들었을때만 해도 그 기세가 매서웠다. 아직 초반이지만 평가는 좋은 편이다. 1월 2400대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는 밸류업 정책 도입 방향 공개만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7월에는 2896.43까지 지수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와 함께 AI(인공지능) 및 반도체주의 호재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를 이끌며 랠리를 주도한 점도 밸류업 바람에 날개를 다는 역할을 했다. 코스피 지수 3000선 재탈환이 머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면서 국내증시의 흐름이 급격히 악화됐다. 코스피 지수는 8월 초 장중 2400선이 깨졌고, 반등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2500대 중반을 근근히 지키는 중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밸류업 프로그램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밸류업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 지켜볼 여지와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우리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랠리를 이끌었던 AI·반도체 거품론 등 외부 요인이 더 컸을 뿐이라는 분석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다만, 아쉬운건 밸류업 정책이 정부 주도 증시부양책임에도 이를 이끌어가는 컨트롤타워를 이 모든 과정에서 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좀 더 과감하게 방향을 결정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지수를 끌어올릴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최근까지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밸류업 공시)를 한 곳이 10여개를 겨우 넘겼다. 상장사들이 현재의 밸류업 체제에서는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감하고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나오기 위해선 법개정이 필용한 사항들이 많았지만 부처간 조율은 명확하지 않았다. 정치권도 밸류업을 관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오히려 한물간 '부자감세' 논리를 들어 투심을 꺾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서두르기까지 한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역할도 아쉽다. 올초 정은보 이사장이 밸류업 성공을 최대 현안으로 안고 부임했지만 투자자는 물론이고 밸류업 분위기를 알리는데 일조할 수 있는 언론과의 소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는 사이 꽤 날카로웠던 밸류업의 칼날은 무뎌져 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라는 악재를 만나 검기(劍氣)는 더 빠르게 부식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이달 말 밸류업 지수가 공개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저평가된 자본시장을 끌어올릴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밸류업을 시작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우리 정부의 의지를 이미 보여줬고 어느정도 공감도 얻었다. 그래서 식어가는 밸류업 열기가 더 아쉽다. 부처 조율이 쉽지 않고 야당 설득이 필요하다다면, 그걸 할 수 있는 곳이 나서줘야 한다. 대통령이나 총리 수준의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직은 밸류업을 포기하기 이르다. 엇박자로 그르치기에 밸류업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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