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본 눈 만들어준 CCTV에 고맙다" 0대7 참패 한숨쉬는 대륙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4.09.06 11:20

중계권료 문제 중계포기 CCTV 비난하던 中 여론..참패 후 외려 "고맙네"


"이따위 경기를 안 보게 해준 CCTV에 감사드린다."

중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월드컵 3차 예선서 일본을 상대로 무려 7골이나 허용하며 참패한 가운데 중국 내에선 졸전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는다. 중계권료 문제로 경기를 중계하지 못한 국영 CCTV에 대해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자조 섞인 찬사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5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C조 1차전에서 일본에 0대7 완패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 18위(일본)과 87위(중국)의 수준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라는 평이 나온다. 같은 날 한국(23위)은 팔레스타인(96위)과 0대 0으로 비겼다.

중국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최대 방송채널이자 국영 미디어인 CCTV에 대한 비판여론이 정반대로 뒤집혀 눈길을 끈다. CCTV는 중계권료 문제로 이번 경기에 대한 방송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선 유료 채널인 아이치이스포츠에서만 중계권을 확보, 방송했다. 축구를 보려면 유료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 중계권은 물론 저작권(IP) 개념도 희박한 중국에선 국가대표팀의, 심지어 일본과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국영방송사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궁지에 몰린 CCTV는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고 비난 여론을 잠재워야 했다.

CCTV도 입장은 있다. 인구 14억명 중국에서 10개 이상의 TV채널을 운영하는 CCTV에 대한 스포츠이벤트 중계권료 책정 문제는 그간 수차례 문제가 돼 왔다. CCTV는 다른 외국 방송사에 비해 과도 책정되는 중계권료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한다. 반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측에선 시청자 수와 방송채널이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많은 CCTV의 중계권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CCTV는 이번 성명에서 "경기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차례 싸웠지만 AFG(아시아축구연맹)이 제안한 중계권료는 여전히 극도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는 조속히 저작권을 확보하겠지만, 스포츠 중계를 놓고 벌어지는 국내외 자본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 결과가 0대7이 되자 오히려 CCTV에 고맙다는 여론이 비등한다. 0대 7 참사가 진행되던 시간, 중국 CCTV는 여러 채널에서 파리 장애인 올림픽의 탁구 경기와 시각 장애인 축구 대표팀의 모로코와 5, 6위 결정전을 중계했다.

중국 대표 온라인 플랫폼 바이두에서 3000개 이상의 동의를 얻은 한 네티즌은 "이런 경기를 볼 수 없게 해준 CCTV에 감사드린다"고 비꼬았고, 다른 네티즌은 "CCTV도 경기 결과를 예측했기 때문에 중계권에 목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단일경기 일본 대상 최대 실점에 대해 대륙이 받은 충격은 상당해 보인다. 다른 네티즌은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씩 뽑히는 국가대표팀이 어찌 이리 약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7골 차이의 실력이 아니라 일본 팀에 더 많은 골을 넣을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대표팀의 대 팔레스타인전 0대0 졸전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중국이지만 자국 대표팀을 비판하느라 고개를 돌릴 여유는 없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 중국 축가대표팀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은 A주(중국 본토 상장주식)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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