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12월 석 달간 주요 사업자의 일평균 트래픽(통신망 내 데이터 전송량)이 국내 인터넷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 구글의 비중은 30.55%로 전년(28.57%) 대비 약 2%포인트 커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5%에서 6.94%로 1.5%포인트 확대됐고 메타(옛 페이스북) 비중 역시 4.34%에서 5.06%로 상승했다.
이들 3사의 국내 트래픽 비중 합계는 42.55%에 이른다. 전년(38.36%) 대비 4%포인트 커진 수준이다. 이는 네이버(4위, 2.87%) 쿠팡(5위, 1.30%) 카카오(6위, 1.06%) 등 사업자의 트래픽 비중을 더한 규모(5.23%)의 8배에 달한다.
2020년 첫 조사가 진행된 후 매년 구글·넷플릭스·메타가 1~3위를, 네이버·카카오가 4, 5위를 차지했다. 구글 등 3개사의 트래픽 비중 합계는 33%, 37%, 38%대로 높아진 후 지난해 처음 40%대로 올라섰다. 네이버·카카오의 트래픽 비중 합계는 3%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들 빅테크(대형 IT기업)의 비중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들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현실과 관련이 있다. 특히 구글은 국내에서 단일기업으로 가장 높은 트래픽 비중을 차지함에도 국내 네트워크(망) 서비스 제공사 어느 곳과도 망사용료 협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문제는 단지 국내 네트워크에 무임승차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적정 비용을 내지 않고 막대한 수익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국내 유관산업 생태계가 충격을 받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고기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 점유율은 구글(유튜브)이 78%로 압도적으로 높다. 구독 기반 OTT 점유율도 넷플릭스가 50%를 차지한다.
CP사(콘텐츠제휴사)들의 생산비용에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비용과 망사용료가 있는데 구글은 이 중 망사용료를 아예 내지 않고 수익을 거둔 셈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기금분담 의무도 없다. 당국과 정치권이 "민간기업간 협상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로 방관하는 새 비용우위 효과를 거둔 구글 등 빅테크는 국내 시장에서 과점공급자가 됐다. 그 사이 국내 방송·통신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끼리 기금분담 의무를 져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망사용공정화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여전히 방송법 등 정쟁이슈에 국회가 골몰한 데다 최근 논란이 된 딥페이크(이미지합성) 범죄처럼 당장 눈길을 끌지 않는 이슈엔 당국도 국회도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산업생태계가 무너지기 전에 공정한 인터넷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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