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이 자기자본의 2배…규제완화에 투자규모 커진 저축은행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 2024.09.08 14:28
유가증권 보유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하는 저축은행/그래픽=이지혜

일부 저축은행이 유가증권을 자기자본의 2배 가까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펀드에 자금을 대면서 유가증권 보유액이 1년 새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완화된 규제를 이용해 유가증권 규모를 키우는 것을 경계한다.

8일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통일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11개 저축은행은 올해 6월말까지 주식·채권·펀드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규모가 자기자본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요 저축은행 중 JT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유가증권 보유액이 자기자본의 2배 수준이었다.

JT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1703억원인 반면 유가증권은 325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9배 수준이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1152억원, 유가증권이 2058억원으로 1.8배 차이였다.

유가증권 규모는 1년 동안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6월말 이들 11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액은 총 1조4518억원이었으나 올해 6월말 2조3995억원으로 65% 늘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1조9376억원에서 1조8139억원으로 6% 감소했다.

유가증권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저축은행이 PF 정상화펀드에 자금을 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저축은행중앙회는 27개 저축은행의 출자를 바탕으로 5100억원 규모의 PF펀드를 조성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중앙회 주도의 PF펀드 외에도 자체적으로 PF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PF연착륙을 위해 유가증권 한도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축은행의 PF펀드 투자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만 유가증권을 보유할 수 있다. PF펀드 같은 집합투자증권에는 자기자본의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면서 PF펀드에 투자하다가 불가피하게 유가증권 보유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어서는 저축은행은 제재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완화된 규제는 올해말까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완화된 규제를 이용해 유가증권을 늘리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9개 주요 저축은행을 소집해 유가증권 보유액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PF펀드에 사업장을 매각하고 대손충당금 환입효과를 거두는 행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이로 인해 중앙회가 조성하려던 3차 PF펀드도 사실상 엎어진 상황이다. 최근 금감원에 소집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당국이 '완화된 유가증권 한도규제를 남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JT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은 국공채를 늘려 유가증권 규모가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공채는 유가증권 한도규제 시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어려워져 대출을 줄인 이후 다른 수입원을 찾기 위해 국공채 투자를 늘렸다"며 "유가증권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안전자산을 제외한 유가증권 투자규모는 자기자본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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