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세계 최고 애플사이더 자신" 이대로가 답했다

머니투데이 충주(충북)=정혁수 기자 | 2024.09.05 14:45
농업회사법인 비전레드 이대로 대표가 지난 달 27일 충북 충주 공장에서 지역 사과를 활용한 탄산 발효주 '애플사이어'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 나선다는 건 정말 자신이 원하고, 무언가를 해 내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을 하다보면 위험관리(risk taking)도 해야하고, 또 실패하면 그 결과도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돌아오니까요. 자신의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통해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사업 성공확률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저도 그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류시장에서 '애플사이더(Apple Cider)'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대로(36·농업회사법인 비전레드) 대표는 예비 창업농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도전'과 '꿈'이란 두 단어로 대신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이를 견지할 수 있는 인내력을 갖춰야 험난한 창업의 여정을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사이더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과실주로 맛은 와인보다 가볍고 맥주보다 상큼하다. 사과를 압착한 즙을 서서히 발효시킨 다음 추가 발효과정을 거쳐 천연탄산을 넣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농업회사법인 비전레드 이대로 대표가 지난 달 27일 충북 충주 공장에서 지역 사과를 활용한 탄산 발효주 '애플사이더'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애플사이더는 로마시대 줄리어스 시저 황제가 포도 대신 야생 사과를 발효해 과실주를 만들어 마시면서 귀족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와인과 샴페인 대용으로 마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릴 적 미국 유학길에 나선 이 대표는 초·중·고와 대학을 미국에서 나왔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카투사(KATUSA)로 서울 공항이 위치한 경기 성남 탱고부대에서 만기 제대했다. 병역이행후 잠시 친구들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 지금의 사업 아이디어를 꿈꾸게 됐다.

이 대표는 "때 마침 대학 친구가 보스턴(Boston)에서 사이더를 만드는 사이더리(Cidery) '다운이스트 사이더 하우스'를 설립했는 데 사업이 너무 잘되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고 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다 보니 한국에서도 사이더가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농업회사법인 비전레드 이대로 대표가 지난 달 27일 충북 충주 공장에서 지역 사과를 활용한 탄산 발효주 '애플사이어'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댄싱 사이더(Dancing Cider)'라는 비전레드의 브랜드명은 이 대표의 남다른 철학이 담겨있다. 이 대표는 "술을 즐겁게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 술자리를 보면 술 마시는 걸 힘들고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춤이라는 게 정해진 답 없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즐기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우리가 만드는 사이더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현재 비전레드에서는 '스윗마마(5.5도)' '댄싱파파(7도)' '더그린치(4.5도)' '요새로제'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윗마마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사과 품종인 부사로 만들었다. 맛이 달고 상큼해 신선한 사과를 한 입 깨물었을 때 처럼 입안 가득 과즙이 차는 청량한 느낌이 절로 든다. 술병 라벨은 호랑이, 오골계, 소나무, 해치 등을 소재로 세련된 민화로 장식했다.


지역 농가와의 상생도 활발하다. 2019년 애플사이더 생산에 들어가면서 첫 해에만 지역 사과 40톤을 매입했다. 이후 사업이 확장되면서 연간 156톤의 사과를 지역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구매하고 있어, 나머지 물량은 농협에서 매입하고 있다.

부사 품종이 가진 높은 당도를 활용해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없는 만든 댄싱사이더 제품은 그동안 유수의 해외 품평회에서 17관왕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농촌융복합 분야에서 거둔 성과(지역 일자리창출, 매출, 농가소득 제고)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 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업회사법인 비전레드 이대로 대표가 지난 달 27일 충북 충주 공장에서 지역 사과를 활용한 탄산 발효주 '애플사이어'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고도 없는 충주에 사업장을 차린 이유가 궁금했다. '신선한 특산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소비자가 많은 수도권과 멀지 않아야 한다'는 2가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충북 충주와 인근 제천이 사과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신선한 원물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조건이었어요. 또 서울·경기 등과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수도권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했어요"라고 했다.

이 대표의 애플사이더 아이디어가 사업화 되기까지에는 주변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공동 시험연구를 거쳐 관련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벤처육성기업에 선정돼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주최한 농업-기업간 상생협력 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대로 비전레드 대표는 "회사 발전이 농업과 농촌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남다른 보람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연구개발(R&D)에 더 집중해 소비자들이 찾는 애플사이더를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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