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실적 우려 없다는데…AI거품론·반독점 조사 '화들짝'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09.05 04:30

美경기침체·엔화 급등 등
각종 악재 복합 작용 분석
직접적인 원인은 '불분명'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글로벌 인공지능(AI)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이 제기한 AI 거품론과 미 경기 둔화 우려, 미 사법당국의 반독점 조사 등 악재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월가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주가 급락에도 엔비디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9.53% 하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엔 주가가 10% 이상 빠지기도 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789억달러(약 374조원)가 증발했다. 이는 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일일 손실액이다. 2022년 2월3일 메타플랫폼이 기록한 시총 증발액 2320억달러(약 311조원)를 훌쩍 넘어섰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분명치 않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AI 회의론, 엔화 급등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내년 실적 둔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최근 3개월 주가 추이/그래픽=최헌정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둔화 가능성이다.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가운데 이날 발표된 8월 제조업 지수가 예상치를 밑돌며 다시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졌다.

잭스투자관리의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는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으로 야기된 시장 변동성이 가장 고평가된 섹터를 먼저 강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엔비디아 외에도 AI 호황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아온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8% 급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일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JP모간체이스, 블랙록 등이 제기한 'AI 거품론'도 이날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2년 이내에 기업의 AI 도입 추세가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AI 관련 자본이 메타버스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다.


마이클 쳄발레스트 JP모간 자산운용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십년간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비관론을 내놨다. 이는 수년간 막대한 투자로 탄생한 AI 인프라에 비해 정작 서비스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었다는 지표가 나타나지 않아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혐의 조사가 공식적인 절차에 들어갔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자체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 여파로 엔비디아는 장 마감 이후에도 3%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월가는 엔비디아에 대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하쉬 쿠마르는 "블랙웰(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예상 경로에 있고 생산량이 올해 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적 발표를 둘러싼 우려는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캔터 피츠제랄드의 C.J. 뮤즈도 "블랙웰 칩의 출하가 한두달 늦어져도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우리의 (낙관적인)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반도체인 호퍼 칩에 대한 수요가 강력해 엔비디아의 실적이 회계연도 4분기(올 11월~내년 1월)까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고 매출액 가이던스가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낙관론의 배경이다.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오마카세 먹고 수입차 끌더니…'욜로' 하던 청년들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