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30연패에 눈빛부터 달라졌다... 23세 국대 세터 "요새 영어공부해요, 정말 배워야겠다 싶었어요" [인터뷰]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 2024.09.04 18:24
GS칼텍스 세터 김지원. /사진=김동윤 기자
GS 칼텍스 세터 김지원(23)이 새 시즌을 맞아 남다른 각오를 내보였다.

올해 GS칼텍스는 지난 3월 이영택(47)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서 8년간 이어진 차상현(50) 체제의 막을 내렸다. 선수단 구성도 확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스타 강소휘(30), 한다혜(29)가 각각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으로 FA 이적했고,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43), 한수지(36)는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현대건설에서 뛰던 김주향(25)을 영입하고 보상 선수로 최가은(23), 서채원(21)을 각각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받아왔으나, 리빌딩 시즌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외국인 선수는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지젤 실바(33)가 잔류한 가운데 아시아 쿼터로 호주-독일 이중국적의 스테파니 와일러(28)를 영입해 중심을 잡았다.

구성원이 대폭 바뀌면서 가장 힘든 곳이 세터진이다. 특히 주전 세터 안혜진(26)이 어깨 부상으로 1라운드 초반까지 결장이 예상됨에 따라 국가대표 세터 김지원의 역할이 커졌다.

최근 GS칼텍스 청평 체육관에서 만난 김지원은 "대표팀을 다녀오니 새로운 사람이 많이 생겼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사라지고 다들 어려지고 해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됐다. 하지만 복귀 후 한두 달 같이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새로 오신 아보 코치님도 잘해주신다"고 말했다.

제천여고를 졸업한 김지원은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다. 고등학교 시절 아웃사이드히터를 겸하면서 배구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GS칼텍스에서는 세터로 뛰었다. 포지션 전환이 늦었음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2~2023시즌 이후부터 국가대표로 꾸준히 선발됐다.

하지만 김지원이 마주한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은 냉혹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4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회에서 2021년 6월 15일 캐나다전 이후 30연패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0일 태국전 승리는 1070일 만에 한국 여자 대표팀이 VNL에서 거둔 승리였다.

GS칼텍스 세터 김지원. /사진=GS칼텍스 제공
김다인(왼쪽)과 김지원. /사진=한국배구연맹

이른 국제대회 경험은 유망주의 성장세에 불을 붙였다. GS칼텍스 관계자들은 김지원이 국가대표팀에 다녀온 후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말한다. 김지원은 "외국 선수들은 우리랑 확실히 달랐다. 정말 잘한다. 외국팀들은 블로킹이 다 높아서 어떻게 하면 우리 선수들이 편하게 때리게 할까 계속 연구하다 보니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스스로 긴장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국제무대에서는 많이 떨렸다. 대표팀 다녀오면 (상대적으로) V리그에서는 더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26·현대건설)과 동행도 큰 도움이 됐다. 김지원은 "(김)다인 언니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서 잘 기억은 안 난다. 다만 다인 언니는 시야가 정말 좋다. 상대 선수뿐 아니라 우리 공격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세심하게 다 알려줬다. 그런 걸 정말 많이 배웠다. 또 언니는 분석을 진짜 많이 한다. 상대 팀 분석할 때도 영상을 정말 많이 보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많이 부족한 걸 느낀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경험한 것들을 마음껏 펼쳐볼 기회가 마련됐다. GS 칼텍스는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한 아보 키요시 코치를 영입했다. 아보 코치는 수년간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에 머물면서 강팀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지원은 "내가 그동안 경험한 코치님 중 이렇게 세심한 분은 처음이다. 토스할 때 발 위치, 손 위치 등 세세하게 다 알려 주시는 데 정말 좋다. 많은 걸 배우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다. 그런 걸 아보 코치님이 경기 전마다 날 불러서 딱딱 집어주신다. 그런 게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95㎝ 장신의 스테파니의 합류도 김지원에게는 긍정적이다. 그동안 GS칼텍스는 꾸준히 높이가 약점으로 지적받을 정도로 주전 선수들의 키가 대체로 작아 세터들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스테파니의 합류로 GS칼텍스도 다양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김지원은 "스테파니와 초반에는 정말 안 맞았다"고 웃으면서 " 그동안 내게 외국인 선수는 모마, 실바가 전부였다. 그런데 스테파니는 그 둘이랑 스타일이 다르다. 솔직히 아직 맞춰가는 중이긴 한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지젤 실바(왼쪽)와 스테파니 와일러. /사진=GS 칼텍스 제공
GS칼텍스 세터 김지원. /사진=GS칼텍스 제공

그러면서 "실바는 약간 힘으로 하는 스타일이라면 스테파니는 타점이 정말 높다. 그걸 내가 살려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다. 내가 너무 높게 올리는 건 부담이 있으니 나는 (기존보다) 조금 더 높게 올리고 스테파니는 조금 더 빠르게 (공격을) 들어오는 식으로 서로 돕고 있다"며 "장단점이 있다. 스테파니는 키가 크니까 볼이 조금만 붙어도 처리가 된다. 대신 점프가 살짝 부족해서 (타점보다) 떨어지면 못 때린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정확성을 키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세터와 공격수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한국이 처음인 스테파니의 적응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스테파니는 많이 친해진 선수 중 하나로 김지원을 꼽았다. 이에 김지원은 "사실 내가 요새 영어 공부를 한다. 대표팀에 가고 해외를 나가다 보니 영어를 진짜 배워야겠다 싶었다"며 "아무래도 외국인이랑 대화하다 보면 늘지 않나 싶어 스테파니에게 더 대화하고 장난치는 것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스테파니가 연습 게임에서 목적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잘 못 잡으니까 혼자 밥 먹으면서 우울해하더라. 그때는 가만히 지켜봤다가 다음날 슬쩍 가서 힘내라고 해준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GS칼텍스는 현실적으로 봄 배구 진출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유망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폭발적인 기량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김지원의 성장은 GS칼텍스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제 중 하나다.

김지원은 "지난해 공격 루트가 단조로웠는데 파이프나 시간차 공격 등 안 해본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차츰 성장해 베스트 7에 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만, 올해는 일단 남들이 봤을 때 '김지원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GS칼텍스를 향한 냉정한 평가에 대해서는 "붙어 보면 또 모르는 게 배구다. 아무래도 우리가 어린 팀이니까 상대 팀이 긴장을 덜 할 것 같은데 긴장하게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봄 배구에 갈 수도 있다. 또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 못 가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GS칼텍스 세터 김지원.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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