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100억 이상 금융사고' 상반기만 6건…내부통제 신뢰도 뚝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 2024.09.04 15:40
5대은행, 금융사고 발생 현황/그래픽=윤선정

5대 은행에서 올 상반기에만 6건의 대형(100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 5년 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총 금융사고 건수도 반년 만에 지난해 1년간 발생 건수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은행권의 신뢰도가 바닥 치면서 금융당국은 더 강하게 내부통제 고삐를 죌 방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상반기 경영보고서에 적시된 10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는 총 6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국민은행 3건 △우리은행 2건 △농협은행 1건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없었다.

2020년 이후 5대 은행의 100억원 이상 금융사고 최다 건수는 2022년에 기록한 2건이었는데 올해 반년 만에 3배가 늘었다. 이외 연도에도 0~1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형 금융사고의 규모와 발생 건수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규모가 작은 금융사고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 5대 은행에서 총 32건 발생했다. 국민은행에서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 10건 △하나은행 7건 △신한은행 2건 △우리은행 2건이다. 이는 지난해 1년간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 34건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고 유형별로는 횡령과 배임이 각각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권이 그간 숱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한목소리로 '내부통제 강화'와 '올바른 조직문화'를 강조한 게 무색한 수준이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사실상 지금의 은행권의 내부통제 방식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지정감사·시재점검 등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 공언했는데도 지난 6월 대리급 직원이 허위 대출로 약 1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최근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 약 350억원을 내준 사실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농협은행에서도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 영업점 직원이 약 117억원 규모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금융당국은 더 강하게 내부통제 고삐를 죌 방침이다. 올해 연말까지 은행권과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증빙서류 진위 확인·담보가치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용도외유용 사후점검 기준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조직문화 개선안도 준비 중이고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급에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도 내년 시행을 앞뒀다.

다만 일부에선 역설적으로 자체 감사 기능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다 보니 금융사고 적발 건수가 늘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은 금융사고가 대형 사고로 커지기 전에 내부 감사 등을 통해 발견하다 보니 사고 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며 "과도기를 지나고 나면 내부통제 모습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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