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대학병원 뺑뺑이…2살 아기, 40km 떨어진 영종도서 수술, 왜?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4.09.04 07:40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앞 모습/사진=뉴시스
손을 베인 2살 아기가 거주지인 서울에서 치료받지 못해 결국 인천 영종도에서 수술받는 일이 벌어졌다.

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2살 아기는 지난달 31일 커터칼에 손가락을 베여 동네 외과를 찾았다. 해당 외과는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고 아기와 엄마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고 이대목동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병원을 전전했다. 그런데 어느 병원도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서울에서 40㎞가량 떨어진 인천 영종도의 한 의원급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의정 갈등이 본격화하기 이전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경증 환자를 받아주기도 했지만 전공의 사직에 이어 전문의까지 떠나면서 거의 불가능해졌다. 현재 대학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진료한다.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의료 시스템 비정상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 병원에서 수술받을 수도 있지만 병원 측이 낮은 수가와 의료 소송 부담 때문에 꺼린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증이지만 수술 시간은 30분 이상 걸리는 반면 병원에서는 1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사는 "동물병원보다 수가가 낮은 수준"이라며 "원장이 아이를 붙잡고 진땀을 빼면서 수술하는 동안 다른 환자들을 보지 못해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위험이 큰 것도 이유다. 아이의 경우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기대여명(앞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간) 등을 감안해 막대한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 병원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1차 의료기관이 경증 환자를 소화하지 못해 지금까지 응급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며 "1차 의료기관이 경증 환자를 진료하려면 수가를 올리고 의료 소송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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