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 착취물'로 인한 10대 피해자가 증가하는가운데 혹시 모를 범죄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피해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학교 명단을 공유하는 한편 직접 자신의 이름을 SNS(소셜네트워크)에 검색하는 학생도 있다. 현행법상 경찰이나 교육당국이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어 거짓 정보까지 넘치는 상황이다.
전남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박모양(16)은 지난 26일부터 X(옛 트위터)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지역·학교 목록'을 공유하는 계정을 운영하면서 전남과 전북지역 피해 학교 목록을 알렸다.
박양은 자신이 살고 있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제보를 받았다. 약 일주일간 계정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거짓 제보 때문이었다.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 전 박양에게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해 위독한 상태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2~3건 이어지자 박양은 관련 사실을 계정에 공유했다.
그러자 해당 학교 재학생들이 '제보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방과후에는 학원을 다니면서도 피해자와 시간을 쪼개 계정을 운영했던 박양은 제보가 사실인지 판단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박양은 "속이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결국 박양은 운영 10여일 만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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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피해 사실 공표하면 '불법'…딥페이크 피해자가 직접 피의자 검거에 나서기도━
B양과 친구들은 매일 X에 접속해 자신의 이름과 딥페이크를 조합한 검색어로 검색해 볼 뿐이다. 누군가 간혹 결석하기라도 하면 '딥페이크 피해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에 따르면 피해자 주소·성명·학교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 당국이 범죄 피해 사실 확인에 소극적인 이유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 가해자를 찾아낸 경우도 있다. 인천 지역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교사 2명은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인들이 SNS에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됐다고 이들에게 제보해 인근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X 공조가 필요하다"며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직접 딥페이크 사진을 분석해 피의자를 특정한 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뒤에야 이를 유포한 고등학생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인천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C씨는 "학생들이 텔레그램은 경찰에 신고해도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SNS에서 사진을 내리라고 하면서도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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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딥페이크 피해 우려, 혼자 고민하지 말라"━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장은 "학교 현장에서 피해 예방 차원에서 본인의 사진을 지우라고 하는 조치에 대해선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자칫 범죄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여겨져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범죄 피해가 확인되지 않아도 피해 우려가 있을 땐 한국여성의전화에 전화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주변에 알려질까 혼자 고민하기 보단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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