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흔히 땅따먹기로 표현된다. 대통령을 최종 선출하는 '선거인단'과 '승자독식'이란 미국의 독특한 선거방식 때문이다. 미국 50개 주를 대표하는 대선 선거인단은 주별로 배분돼 총 538명이다. 이 가운데 과반인 270명, 즉 매직넘버를 달성하면 당선이다. 이런 특유의 선거방식으로 인해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p) 안팎으로 앞서지만, 당락의 열쇠는 경합주들이 쥐고 있다. 보통은 주별로 지지 정당이 뚜렷한데 경합주는 부동층이 많아서 표심이 오락가락해, 각 캠프는 이곳을 잡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다.
경합주 표심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혼전 양상이다. 선거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0.5~1.4%p 차이로 따돌렸다.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이 3곳은 한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블루월로 불렸지만 2016년 대선에서 모조리 트럼프에 넘어갔다. 2020년엔 바이든이 되찾았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를 가장 과소평가했던 지역으로 꼽힌다.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로 불리는 나머지 4곳 가운데 네바다에선 두 후보가 동률이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트럼프가 0.2~0.7%p 차이로 앞선다. 해리스는 선벨트에서 바이든을 상대로 5%p 안팎의 안정적 우위를 점하던 트럼프를 추월하기 직전이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연속으로 트럼프를 밀어주는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편에 속한다. 조지아도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을 뽑긴 했지만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1만여표에 불과했다.
미국 언론은 승부 예측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할 정도로 유권자들은 이미 양 진영으로 확고하게 갈려 있다. 결국 소수의 부동층 유권자들이 올해 대선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유세전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유권자들의 눈은 10일로 예정된 해리스와 트럼프의 TV토론에 쏠려 있다. 한층 노련해진 트럼프는 6월 TV토론에서 바이든의 약점을 부각시키며 낙마로 이끌었다. 해리스로선 치열한 경선 경쟁 없이 대선 후보에 오른 만큼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질적 역량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대선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물가·고용 지표 추세, 두 전쟁의 상황 변화,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움직임 등도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인들의 마음은 11월 5일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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