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처럼 될라…"심각하다"는 폭스바겐, 사상 첫 공장 일부폐쇄?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4.09.03 11:10
독일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한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주요 시장에서 값싼 중국 전기차와의 대결로 경쟁 환경이 변화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단 분석이 나온다.

2022년 3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 본사/AFPBBNews=뉴스1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경영진은 2일(현지시간) 노사협의회에서 독일 내 일부 공장 폐쇄와 감원이 포함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회장은 "경제 환경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고 새로운 경쟁사들의 진입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이제 기업으로서 우리는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폭스바겐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아우디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나오긴 했지만 독일에서 메인 브랜드인 폭스바겐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건 1937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산하에 폭스바겐과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스카니아, 포르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완성차 공장 한 곳과 부품 공장 한 곳의 문을 닫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폐쇄와 함께 감원도 진행될 예정이라 노조의 반발도 불가피해 보인다. 독일에서 약 3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폭스바겐은 2029년까지 일자리 유지를 약속한 고용보장협약도 종료할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독일 언론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약 2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치열한 저항"을 다짐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폭스바겐 임원들이 노조 갈등으로 잇달아 물러났다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면 블루메 CEO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그룹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폭스바겐 브랜드 마진율 변화/사진=폭스바겐, 블룸버그
폭스바겐의 이번 구조조정은 수년 동안 과잉 생산과 경쟁력 저하를 무시하던 독일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씨티그룹의 하랄드 핸드릭세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 아주 어려운 지정학적 세계에 살고 있으며 유럽은 그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유럽 회사들이 현지서 운영 중인 공장 중 30여곳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가 유럽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 둔화와 값싼 중국 전기차 공세가 맞물리며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지난 7월, 전기차 수요가 생각보다 약하다면서 독일 내 전기차 생산 증가율이 당초 예상(20%)보다 작은 5%일 것이라고 수정 예측한 바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폭스바겐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고, 해외로 나가면서 유럽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지출 효율화를 시도하며 2026년까지 비용을 100억유로(약 14조8000억원) 절감해 마진율을 6.5%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상반기 마진율은 2.3%까지 떨어졌다.

폭스바겐이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핀란드 통신회사 노키아는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지만 아이폰 등장 후 스마트폰 전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몰락했다.

후카오 미쓰시로 이토추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키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중국에 고객과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폰 등장으로 노키아가 쇠퇴한 것과 같은 흐름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 역시 폭스바겐 사례를 남의 나라 일로 볼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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