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동" "국민도 용납 안해"…김용현, '계엄 음모론'에 강공 모드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4.09.03 05:00

[the300] 청문회 약 12시간 만에 파행…'이재명 평화혁명론=레닌의 볼셰비키 혁명' 비유에 與野 충돌하며 종료

"의원님 말씀은 존중하지만 동의하진 않습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등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에 수차례 답변한 말이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기 위해 군을 사조직화하고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계엄령이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행정권·사법권 등을 군의 권력 아래로 옮기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 제도다.

김 후보자는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청문회는 듣는 자리"라면서 "어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 선동하고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거듭해 계엄 준비 등을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관련 질의를 하자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냐"며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히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계엄 발동 우려를) 일소할 방안을 강구해 말해달라"고 하자 "확실히 (계엄 발동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장관이 된 이후에도 계엄 발동을 대통령에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도 "없다"고 했다. 또 "계엄 문제는 최소한 국민의 지지와 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자유 대한민국에서 계엄이 과연 통할 것인지 그것부터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두고 충돌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올려쓰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2022년 3월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김 후보자가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으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고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을 맡은 데 대해 "대통령의 생존성을 스스로 위협하는 경호처장으로 국방장관 자격이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는 북악산·인왕산 등이 주변에 있어 유사시 대통령의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천혜의 지형에 자리 잡고 있었다"며 "그런데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면서 대통령실,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 근무시설이 밀집되며 무방비 (안보 위기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용산 대통령실의 안보체계가 청와대보다 더 강화됐다며 "청와대 이전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대 대통령님들께서 공약했지만 모두 실패하셨다. 그런데 윤 대통령께선 실패를 디딤돌 삼아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부승찬 의원과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부 의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법과 규정을 지킨 게 없고, 한남동 관저에 김 후보자가 출입했는데 함께 출입한 인원은 '손님'으로 기재했다며 '조직적 은폐'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김 후보자는 의혹에 반박하며 "말조심하세요"라고 했다. 부 의원은 "누구보고 말조심하라는 거냐"고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대통령실이 도·감청 등에 뚫렸고 안보 공백을 초래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문재인 정부에서 승인해 준 것"이라며 "승인을 안 해주셨다면 이전을 안 했을 것이고 승인을 다 해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체 핵무장 가능성 열어두고…9·19 남북군사합의엔 "軍 손발 묶는 불공정 합의"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체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 후보자는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모든 가능성 중 그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북핵 위협 등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가 기본이지만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질 경우 핵무장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열어놓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인구절벽과 병력 급감에 따라 거론되는 여군지원병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책 중 하나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국민적 공감대가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군지원병제는 여성의 병사 지원을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여성은 장교 혹은 부사관 등 간부로만 지원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9·19 남북 군사합의는 애초부터 불합리한 합의로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라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9·19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는 그야말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합의였다"며 "이 문제 때문에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답했다.

현 정부는 지난 6월 9·19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을 전면 정지했다. 이 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기동훈련과 확성기 방송 등을 포함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관련 합의를 이미 폐기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등 각종 도발을 자행해 왔다.



"무능한데 승진" "대통령 아니시지 않냐"…김용현, 야당 의원과 설전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사진=국회방송

김 후보자와 야당 의원 간 신경전도 관심을 끌었다. 신경전은 현 정부 인수위에서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해 '안보 공백'을 초래했고 경호처장으로 무능했다는 야당의 지적에서 촉발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경호처장으로 무능했는데 국방장관으로 승진했다'는 김민석 민주당 의원 주장에 "대통령이 아니시지 않나"라며 "그러니깐 대통령이 안 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9시쯤 추가 질의를 통해 "북한의 오물풍선에 용산이 뚫리고 무인기에 뚫리고 (미국의) 도·감청에 뚫린 게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뒤"라며 "경호 관점에서 저라면 (김 후보자를) 잘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목에서 김 후보자의 '대통령이 아니시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왔다. 그러자 김 의원이 "김 후보자 당황한다고 그런 식으로 답변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김 후보자는 "전혀 당황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정상적 대통령이라면 경호의 명백한 실패자를 장관으로 승진시키지 않는다"며 "말을 잘 듣거나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니깐 (인사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문을 성일종 국방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 후보자는 "의원님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도·감청 이야기는 날조된 사실이고 대통령실에서 이미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오물풍선이 날아와서 국민을 위협하고 합참이 (오물풍선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치하는 최선의 방안을 취하고 있다"며 "그런 조치에 실패 운운하시는 것은 강도가 총과 칼을 들고 국민을 위협하는 데 경찰을 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오물풍선은 날아온) 항적을 보시면 용산 대통령실이 뚫렸는지 안 뚫렸는지 바로 아실 수 있다"며 "무인기는 뭐가 뚫렸다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기도 했다.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전 김 후보자에게 "야당 의원님이 질의하실 때 섭섭한 부분도 있고 듣기 거북하신 내용도 있지만 그 몫을 감당하셔야 한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김 후보자는 제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충성해 오시고 흠결 없이 사신 분"이라면서도 "김민석 의원님 질의 중 '대통령이 안 되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사과하실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제 발언이 과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김 후보자의 유감 표명에 별도 의사진행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이후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 이후 인사청문회는 파행 끝에 산회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질의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화혁명론이 사회주의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주장하는 군주제 혁명 등과 유사하다고 주장한 모습. / 사진=국회방송

강 의원은 이날 저녁 9시40분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평화혁명론을 읽으면서 1917년 블라디미르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연상됐다"며 "레닌이 주장하는 군주제·토지·빵·평화 혁명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혁명과 유사한 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상을 가진 분들이 다수당의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군의 이러한 사상, 민주주의 중에서 자유를 뗀 민주주의가 침투되지 않도록 장병들의 사상이 오염되지 않도록 정신전력을 강화해 주시고 자유민주주의를 목숨 걸고 사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관련 발언이 끝나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도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윤석열은" 등의 발언이 나왔다. 강 의원은 "동료 의원한테 ○라이라고 말하는 그런 상스러운 분들하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안타깝다"며 "동료의원한테 상스럽다고 말하냐"고 주장했다.

여야 설전이 격화하자 성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중단을 선언했다.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 시작됐고 밤 9시40분쯤 약 12시간 만에 중단됐다. 결국 인사청문회는 파행 끝에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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