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개장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새도 없이 기씨는 박물관 소재지 지방세 담당자로부터 연락받는다. 미납한 취득세를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4조의2 제1항은 분명 박물관으로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은 취득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세법 조문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는데…
취득세가 부과된 것은 그가 지방세특례제한법 제177조의2 제1항에 따른 감면 제한 규정까지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이 법에 따라 취득세 또는 재산세가 면제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취득세 또는 재산세의 면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100분의 85에 해당하는 감면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앞에서는 취득세를 면제한다고 해놓고 뒤에 가서는 취득세가 면제되는 경우 취득세를 전부 면제하지 않고 85%만 감면한다니 말장난도 참으로 고약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면제라고 부르지를 말든지. 아무튼 법은 법이니 앞 조문에서 취득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는 위 감면 제한 규정에 따라 85%의 감면만을 적용받을 수 있다. 즉 전부 면제 대상이 아닐 경우 부담할 세액의 15%만큼은 내야 하는 것이다.
위 감면 제한 규정은 2014년 말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시 신설됐으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최저한세 규정을 본보기로 삼아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세특례제한법상 최저한세 규정은 사업, 투자 등에 따라 세금 납부의 재원이 될 소득을 얻었음을 전제로, 그러한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의 감면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담세력 측면에서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반면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감면 제한 규정은 담세력이 특별히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용 현금은 오히려 감소하는 재산의 취득이나 보유에 관한 세금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다른 나라의 선례 등도 찾기 힘들다.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세 부담은 취득세 추징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취득세 감면세액에 대해 원칙적으로 20%의 세율로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고 취득세 납부세액에 대해서도 부가세 성격의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세수 증대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혼란스러운 제도들이다. 과감히 폐지하거나 개편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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