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면제라더니 실은 세금 내라고?" 아리송하고 황당한 세제 혜택

머니투데이 김대호 법무법인 화우 회계사 | 2024.09.04 06:00

[the 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 이야기'

편집자주 |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기계광씨는 어렸을 때부터 로봇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로봇 사랑은 놀이에서 수집으로 이어졌다. 용돈을 받는 날이면 새로 나온 로봇을 사 모으곤 했다. 생계를 위해 로봇 수집을 중단했을 때도 있었으나 관심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운 좋게도 그는 사업에서 성공해 큰돈을 벌었고 멈췄던 취미 활동을 재개했다. 어느덧 그가 수집한 로봇들은 집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됐다. 이 무렵 그는 로봇 수집을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생의 과업으로 삼게 됐다. 로봇 박물관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사업을 하며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법 규정을 찾아본 결과 박물관으로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은 취득세가 면제된다는 반가운 사실도 확인했다. 기쁜 마음으로 그는 평소 눈여겨보아 두었던 땅을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딴 로봇 박물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개장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새도 없이 기씨는 박물관 소재지 지방세 담당자로부터 연락받는다. 미납한 취득세를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4조의2 제1항은 분명 박물관으로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은 취득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세법 조문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는데…

취득세가 부과된 것은 그가 지방세특례제한법 제177조의2 제1항에 따른 감면 제한 규정까지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이 법에 따라 취득세 또는 재산세가 면제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취득세 또는 재산세의 면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100분의 85에 해당하는 감면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앞에서는 취득세를 면제한다고 해놓고 뒤에 가서는 취득세가 면제되는 경우 취득세를 전부 면제하지 않고 85%만 감면한다니 말장난도 참으로 고약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면제라고 부르지를 말든지. 아무튼 법은 법이니 앞 조문에서 취득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는 위 감면 제한 규정에 따라 85%의 감면만을 적용받을 수 있다. 즉 전부 면제 대상이 아닐 경우 부담할 세액의 15%만큼은 내야 하는 것이다.

위 감면 제한 규정은 2014년 말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시 신설됐으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최저한세 규정을 본보기로 삼아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세특례제한법상 최저한세 규정은 사업, 투자 등에 따라 세금 납부의 재원이 될 소득을 얻었음을 전제로, 그러한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의 감면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담세력 측면에서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반면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감면 제한 규정은 담세력이 특별히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용 현금은 오히려 감소하는 재산의 취득이나 보유에 관한 세금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다른 나라의 선례 등도 찾기 힘들다.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세 부담은 취득세 추징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취득세 감면세액에 대해 원칙적으로 20%의 세율로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고 취득세 납부세액에 대해서도 부가세 성격의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세수 증대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혼란스러운 제도들이다. 과감히 폐지하거나 개편하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화우 김대호 회계사/사진=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대호 회계사는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2011년 화우에 합류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무자문과 불복 업무에 참여하면서 복잡한 조세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오마카세 먹고 수입차 끌더니…'욜로' 하던 청년들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