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폭염과 열대야가 동시에 길어진 더위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열대야 증가추세가 뚜렷한데, 열대야는 밤에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과 생물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
기상청이 지정한 폭염연구센터를 이끌며 8년째 한반도의 폭염을 연구하고 있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날씨의 가장 큰 특징을 '습도 높은 더위와 열대야'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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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보다 오래 더웠던 서울의 밤...치명적인 열대야 급증 ━
이 교수는 올해 열대야를 불러온 수증기가 왜 늘어났는지 분석 중이다. 이 교수는 "아직 명확한 결론은 못 얻었으나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중요한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다"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바닷물이 많이 증발해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난다. 여기에 올해는 한반도의 먼 서쪽에 있는 인도양이 평년에 비해 뜨거웠고, 서풍이 많이 불며 한반도로 수증기 유입이 활발해졌다.
아울러 이 교수는 올해 7월 말부터 심해진 더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북극해의 해빙이 평년보다 기록적으로 많아진 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구름이 많이 생기면서 일사량이 줄고 극 지역이 더 추워지면서 극소용돌이가 강해져 이 소용돌이 안에 차가운 공기가 더 많이 갇히게 된다. 동시에 중위도에 있는 한반도는 열대 지역에서 부는 바람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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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은 지구 평균온도 기록 할 수도 ━
한반도의 이상기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진 건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과 직결돼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5년 이내에 지구 연평균 지상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이상 높아지는 해가 나올 확률을 80%로 추산했다. 이미 지난해 전세계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5℃ 높았다. 여기에 올해 중국 등이 역대 가장 더운 5월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이 속출해 올해 이 숫자를 넘길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한반도 폭염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길어진 여름은 앞으로 더 강력한 폭염을 더 빈번하게 만들어 낼 것"이라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도시의 열섬효과가 더 더운 여름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녹지는 적고, 높은 빌딩들과 아스팔트가 열을 가둬 열을 방출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 여기에 대도시는 인구가 많아 자동차,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열도 많다. 폭염에 의한 피해가 더 빈번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이 교수는 폭염이 이미 일상화한 현실을 대비해 조기 재난 경보 체계를 정비하고, 물 관리를 개선하는 건 물론이고, 온열질환과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확산 등을 막기 위한 의료 대응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온도 상승과 강수량 변화는 작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식량 공급 안정성 확보 역시 기후변화에 의해 단기적으로 중요해진 과제"라 했다.
※이명인 교수는
△2010~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 △2017~ 기상청 지정 폭염 특이기상연구센터 센터장 △2012년~한국기상학회 국제협력 이사 △2003~2010 미국 항공우주연구원(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 △2001~2003 서울대 기후환경연구센터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박사·서울대 대기과학 학사·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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