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에 370억 무상증여했다가…"유족이 150억 상속세 폭탄", 왜

머니투데이 김진우 법무법인 화우 회계사 | 2024.09.03 05:00

편집자주 | [theL] 화우의 조세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사진제공=김진우 법무법인 화우 회계사
오래전 코스닥 상장회사 A의 최대주주 B씨는 370억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자회사의 연구진과 경영진 등에게 무상 증여했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업무성과를 임직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년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B씨가 갑자기 숨지면서다. 유족들은 B씨의 사망으로 인해 A사 주식을 상속받았는데, 과세관청은 B씨가 2년전 임직원 등에게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하고, 그 금액을 유족들에게 상속세로 부과했다. 그 결과 유족들은 증여가 없었다면 부담하지 않았을 상속세 15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유족들은 갑자기 고액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현금을 쉽사리 마련할 수 없었다. 결국 상속받은 주식의 상당 부분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과세관청은 상속세를 왜 이렇게 과세한 것일까?

우리나라 세법상 상속세는 피상속인(망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사망 전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그 재산도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한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이 규정에 따라 B씨가 2년 전에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했다.

이 규정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함으로써 고율의 상속세율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규정이 없다면 사위, 며느리 등에게 재산을 미리 증여해 추후 상속세가 과세될 재산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증여세율보다 높은 상속세율의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조세회피목적과 관계없이 제3자에게 증여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예외를 두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상속인의 입장에서 제3자가 받은 재산에 대해 고액의 세금만 부담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조세회피목적이 없고, 재산이 제3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유족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상속세가 과세됐다. 이러한 결과가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적어도 선의의 증여에 대해 상속세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 입법 당시 의도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정치권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안타깝게도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바뀐 것은 없다.

정부는 최근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상속세 과세체제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속세를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대로 상속세 과세체계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된다면 그 취지에 맞추어 이 규정도 개정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진우 회계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조세전문그룹 및 웰스매니지먼트팀 소속 공인회계사로서 주요업무분야는 조세자문과 불복이다. 국내외 기업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사건 이외에도, 지주회사 전환, 분할, 사업양도 등 지배구조개편, 가업승계, 자산유동화, 해외투자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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