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1~25일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강화 △응급실의 진료 역량 향상 △후속 진료(배후진료), 전원 역량 강화 등 응급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중 이번 연휴에 '빈틈없는 진료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당직 병·의원 수를 평년(올해 설 연휴 3600개소)보다 많은 4000개소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쉽게 말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동네에서 1차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연휴 때 문 여는 병·의원을 늘리겠단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들과의 마찰을 빚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대한응급의사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연휴기간을 앞두고 병의원들에 내려온 공문을 보면 '연휴기간 (진료 유지)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불응할 경우 현장조사와 고발을 하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연휴 때 의사들이 휴진하지 못하게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만약 '문 여는 곳'으로 지정됐는데 진료 불이행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선 "읽어보니 가관", "이게 정말인가?"라며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의사 A씨는 "예년엔 없던 '강제 지정' 지침이 생겼다"며 "정부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및 진료 체계가 문제없을 거라고 장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의사 B씨는 "우리는 예비역도 아니고, 이번 추석에 해외여행도 예정돼 있다"며 혹시 지정될까 걱정했다.
매년 추석 연휴 땐 응급실 내원 환자가 연중 가장 많고, 평소보다 4배 이상 는다. 동네 병·의원 대부분이 연휴 내내 문을 닫아, 꼭 중증·응급이 아니어도 장염·독감 등의 환자가 응급실 말고는 '갈 곳'이 없어서다. 양혁준(2016~2017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역임)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특히 이번 연휴 땐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이미 '번아웃' 된 전문의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휴 때 2~3일은 12시간씩 당직을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일반적인 응급실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양 교수는 "적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6~7명은 있어야 응급실의 당직 체계가 무리 없이 돌아가는데, 주변 동료 의사들 말 들어보면 전문의가 단 1명만 남은 대학병원도 있다"며 "이번 추석 연휴 때 동네 병·의원에 가지 못해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까지 고려하면 응급진료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배후진료의 전문의들도 번아웃돼, 응급실 환자를 넘겨받지 않으려 한다는 게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전언이다.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배후 진료과에서 응급실의 콜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응급실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며 "연휴 때 응급환자가 몰려들어도 배후 진료과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중간에서 우리만 치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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