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비뇨내시경기술학회(WCET 2024)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헨리포드마콤병원의 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의사들도 단일공 로봇수술을 사용해보면 환자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비교해 로봇수술의 이점이 분명하다"고 힘줘 말했다.
로봇수술은 카메라와 수술도구가 달린 로봇팔을 '콘솔'이라는 컨트롤 구역에서 의사가 직접 보고 조작하며 수술하는 방법이다.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 개복수술과 비교해 환자의 회복이 빠르고 통증·출혈이 적다. 과거 로봇팔이 4개 달린 장비로는 3~4개의 구멍을 뚫는 '다중공' 로봇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다 최근 구멍 하나만 뚫는 '단일공' 로봇수술이 등장하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수술합병증에 대한 걱정도 훨씬 줄었다. 넬슨 박사는 "기존에 개복수술 등과 달리 해부학적인 구조 면에서 수술 후 탈장이 발생할 위험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발전은 치료대상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크기가 80㏄를 넘는 거대 전립선비대증에서 로봇수술은 레이저를 이용해 도려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이점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출혈이 적어 수혈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수술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넬슨 박사는 "로봇수술로 전립선절제술을 시행할 때 10년 이내 재치료율은 1% 미만이다. 반면 레이저수술의 재치료율은 12%에서 최대 14%로 이보다 훨씬 높다"며 "한 번의 수술로 치료를 끝낼 수 있고 방광결석, 종양 제거, 스텐트 삽입 등 다양한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 거대 전립선비대증에서 단일공 로봇수술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나라 로봇수술은 비급여라 개복·복강경수술보다 비용이 비싸다. 하지만 정교한 수술로 재입원율·재수술률 등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게 넬슨 박사의 판단이다.
로봇수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메라 각도를 0도 또는 30도 2가지 중 하나로 고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어느 방향이든 0~30도 화면을 돌리며 꼼꼼히 살펴볼 수 있게 돼 훨씬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가장 최신의 5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은 집도의가 수술 시 촉각을 통해 저항감을 느낄 수 있는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능으로 장기·혈관·신경 손상위험을 최소화했다.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3D(3차원) 모델링을 통해 암이나 신체장기를 구현한 뒤 미리 '가상수술'을 펼치거나 실제 수술과정에 3D 모델을 회전시켜가며 비교해보기도 한다.
넬슨 박사는 현재 미국의 여러 의료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장·전립선질환 수술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원격수술, AI(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연구도 구상 중이다. 그는 "단일공 로봇수술에서 한국의 의사는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며 "컨소시엄에 유럽 의료기관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의료기관도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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