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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 폭증..."전기요금 올리면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 ━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전력대란 위기의 한 요인으로 값싼 전기를 꼽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저렴한 전기요금 탓에 재무구조가 엉망이 됐고 이는 곧 적기에 전력망 확충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전에 따르면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 확장을 위해 전력망 확충(송변전 설비 30~60% 증설)에 전력설비 투자를 2배 이상 늘려야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22∼2036년)에선 송변전 설비투자 규모가 9차 전기본(2020∼2034년) 대비 1.9배(29조3000억원 → 56조5000억원) 증가했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반영될 제11차 전기본에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전이 현재 4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 상태인데 앞으로도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재무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전력 기자재와 건설공사 발주 감소, 공사대금 지급 지연, 장기적 설비투자 최소화 등으로 협력회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협력회사는 4943개이고 계약금액은 6조5000억원이다. 한전이 수십조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전력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생태계 동반부실은 물론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6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전채 1% 발행 증가시 우량채 거래는 0.2% 감소한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산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급감시키고 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대출도 위축시킨다. 한전의 1조원 손실시 산은 BIS는 0.07%포인트 하락해 산은의 기업 대출 여력은 약 1.8조원 줄어든다.
이외에도 저렴한 전기요금은 비효율적 에너지소비와 탄소중립 목표 차질, 물가와 환율 등 실물경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폭염 뒤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력업계 안팎에선 한전의 총부채가 올 상반기 기준 203조원에 달하고 매년 이자로만 4조원씩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피하려면 향후 3년간 매년 kWh당 30원의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기요금이 1원 오르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5500억원이 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가정용 기준)은 kWh당 149.8원으로 호주(311.8원), 일본(318.3원), 이탈리아 (335.4원), 영국(504.3원) 등의 3분1 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구입전력비 절감과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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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자 9·15정전사태의 교훈...늦더위가 가장 무섭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첫째주 기온은 평년대비 높을 확률이 60%, 비슷할확률 30%로 나타났고 9월 둘째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 40%, 비슷할 확률 40%로 전망된다.
전력기관 수장들은 전력수급 관리 현장 등을 찾아 전력대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시 전력거래소 경인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안 장관은 최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수급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에 역대 최대 전력수요 1, 2, 3, 5위가 발생했고, 중간에 낀 4위가 2022년 12월 겨울에 발생했다"며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의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각심을 갖고 폭염과 늦더위에 대비를 해야한다"며 "전력망 계통 보완 등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서울변전소는 경북 울진 한울원전 등 동해안 지역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의 2단계 접속지점이다. 김 사장은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은 66개월 이상 지연됐고 전력망 건설이 제때 완료되지 못하면 수도권의 안정적 전력공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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