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값싼 알뜰폰' 불러올 도매대가 현실화

머니투데이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소비자학회 상임이사) | 2024.09.02 05:57
여준상 동국대 교수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을까. 소비자는 값싸면서 질 좋은 것, 흔히 '가성비'를 원한다. 통신시장의 가성비는 알뜰폰(MVNO)이다. 결국 알뜰폰을 키우는 것이 시장 전체의 가격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키울 것이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이용자 후생 분석을 통한 알뜰폰 시장의 활성화 정책 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이 유발한 소비자 후생은 1조4275억원이고 5년 뒤에는 18% 증가한 1조6239억으로 예상한다. 이동통신3사(MNO)는 5년간 1.8% 증가에 그치는 것에 비해 알뜰폰의 예상되는 후생효과는 월등하다.

최근 정부는 제4이통 진입 실패의 대안으로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무게를 두고 시장 경쟁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통한 알뜰폰 육성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알뜰폰 도매대가는 이통3사에 지급하는 망 임대료로서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에 통화·문자·데이터를 사용한 만큼만 지급하는 '종량제'와 이통3사의 정액형 요금제를 재판매하되 요금의 일정 비율을 도매대가로 지급하는 '정액형'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 육성을 위해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종량제 도매대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통신시장의 요금 체제는 이미 정액 방식으로 전환됐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정액형 요금제를 쓰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정액형 도매대가 인하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측면에서는 알뜰폰 사용을 통한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종량제 도매대가는 '기본료+통화료'의 형태로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3G 종량형 요금제가 보편적이었던 과거 알뜰폰 도입 초기에 적합한 제도였다. 반면 '통화+데이터'가 기본 제공되는 LTE·5G 정액형 요금제가 보편화된 현시점에서는 정액형 도매대가 중심의 제도 현실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종량제 도매대가는 매년 약 20% 인하를 거듭했지만, 정액형 도매대가는 인하되지 않거나 일부 요금제에 한해 1~2% 인하에 그쳤다. 대표적인 알뜰폰 정액형 요금제인 'LTE 데이터 11GB+일 2GB' 요금제의 경우 약 3만3000원의 요금이 책정돼 있는데, 통신 3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는 2019년의 3만2945원에서 더 이상 인하되지 않았다. 당연히 알뜰폰 사업자들이 추가로 요금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5G 서비스에서 알뜰폰 점유율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높은 정액형 도매대가로 인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낮은 가격대 요금제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LTE 정액형 도매대가율은 40~50% 수준임에 비해 5G는 60% 수준이다. 현재 통신 3사는 종량형 요금제를 LTE에서는 단 1종, 5G에서는 아예 출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종량형 요금제의 실효성은 없다고 봐야 하는 만큼, 종량형 도매대가 역시 그 의미를 상실했다. 시대는 이미 5G를 넘어 6G로 가고 있는데, 알뜰폰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도매대가의 초점은 여전히 3G시대의 종량형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미래 소비의 주역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 소비가 일상이 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알뜰폰이 있다. 소비자의 수요가 오래된 정책적 관행에 가로막혀 시장에서 발현되지 못한다면 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가성비 알뜰폰을 원하는 시장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린 도매대가의 대전환, 이를 통해 저렴한 정액형 요금제가 쏟아지는 미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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