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경제, 안정과 침체 사이 그 어디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 2024.09.02 05:45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긴축을 멈추고 금리 인하 쪽으로 깜빡이를 켜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장기간 긴축에 따른 부담으로 경기에 부담이 되는 신호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것은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가 경기침체 우려로 요동을 쳤다. 경기침체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샴의 법칙'(Sahm Rule)이 약 3년 만에 발동되면서다.

샴의 법칙은 2019년 클라우디아 샴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고안한 것이다.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과 직전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 간의 차이가 0.5%포인트 이상이면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8월 2일에 발표된 7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올라가자 해당 수치가 6월 0.43%포인트에서 7월에 0.53%포인트로 높아져 기준치 0.50%포인트를 넘겼다.

샴의 법칙이 발동하자 고용 감소가 임금 소득 및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다시 고용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이는 곧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샴의 법칙 발동은 증권시장을 공포로 몰아갔다.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세계경제가 함께 곤두박질 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것으로 미국의 기침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시에 혼란에 빠졌다.

다만 이후 나오는 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모습을 반영하자 공포는 이내 잦아들었다. 샴의 법칙을 창안한 클라우디아 샴 역시 "최근 샴의 법칙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노동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노동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발생했다"며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최근 실업률 상승은 해고가 늘어서가 아닌 노동시장에 이민 등으로 인해 구직자가 더 많이 공급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엔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3%로 기존 발표보다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의 둔화가 시작될 것이란 진단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장기간 역전된데 따른 우려가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는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18개월 내 한 번의 예외 없이 경기 침체를 겪었다. 최근엔 미국의 견조한 소비를 이끈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여러 신호가 감지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는 미국의 일자리 성장 둔화와 7월 실업률 데이터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연말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35%로 높였다. 분명한 것은 금리 인하 그 자체가 경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빠지는 건 아니지만 뜨겁던 경제가 식어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은 자가당착에 빠졌다. 늘어난 가계부채 금리 부담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때 제대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5.25~5.50%까지 올릴때 한국은행은 금리를 3.5%까지만 인상하고는 멈췄다.

후폭풍이 지금 불고 있다. 한은은 이제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급등이 무서워 금리를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글로벌 추이를 따라 충분히 금리를 인상했더라면 가계부채 문제도 오히려 어느정도 해소됐을 것이다. 1300원이 훌쩍 넘는 높은 원/달러 환율 부담은 충분치 못한 금리 인상의 결과물이다. 미국 등에 비해 금리 인하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도 문제다.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개시를 위해서는 뜨거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는게 먼저다. 정부가 뒤늦게 대출 수요 억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대책이 안먹힌다면 수요억제를 위한 더 강력한 카드도 꺼내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고, 경기 진작 카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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