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ㅣ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꿈꿨는가?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4.08.30 16:38
'우씨왕후' 스틸 / 사진=티빙


지금껏 국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자극의 향연이다. 이성, 동성을 가리지 않은 성애 장면이 가득하고 온갖 살육이 난무한다. 4부작인 티빙 시리즈 ‘우씨왕후’(연출 정세교, 극본 이병학) 파트1의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에선 보지 못한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우씨왕후’는 ‘왕좌의 게임’과 닮았다. 하지만 시즌별 7000만 달러(한화 약 934억원)가 투입된 ‘왕좌의 게임’을 300억을 들여 만든 ‘우씨왕후’가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9일 공개된 ‘우씨왕후’는 왕후 자리에 두번 오른 고구려 시대 우씨왕후(전종서)의 실화를 모티프 삼아 갑작스러운 왕 고남무(고국천왕, 지창욱)의 죽음 이후 24시간 동안 벌어진 권력 쟁탈전을 추격 액션 장르로 창작한 팩션 사극이다.


'우씨왕후' 스틸 / 사진=티빙


우씨왕후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왕후 자리에 두 번이나 올랐던 실존 인물이다. 고대에는 북방 민족을 중심으로 형사취수혼 풍습이 있었다. 형사취수혼은 형이 사망할 경우 동생이 형을 대신하여 형수와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풍습이다. 우씨왕후는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그의 둘째 동생인 고연우와 결혼해 왕후 자리를 이었다. ‘삼국사기’에는 “(우씨)왕후가 선왕의 왕명이라 속이고 여러 신하에게 명령해 고연우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라고 기록됐다.


이 역사적 사실에 갖가지 상상력이 더해져 드라마 ‘우씨왕후’가 탄생했다. 드라마는 성애와 죽음, 배신을 휘몰아치며 이른바 막장 전개로 승부수를 띄웠다. 쉬지 않고 터지는 극단적 사건들이 주는 자극이 상당하다. 형의 코를 자르는 고국천왕의 모습부터 칼로 살을 찌르고 썰고 꿰뚫는 피 튀기는 장면이 즐비하다.


'우씨왕후' 스틸 / 사진=티빙


성애 장면도 상당히 자극적이다. 우씨왕후의 언니인 태시녀(정유미)는 동성, 이성과 동시에 잠자리를 하고, 고국천왕의 바로 아래 동생 발기(이수혁)는 아내를 강제로 범하던 도중 칼로 아내의 심장을 관통한다.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열이 오른 고국천왕이 열을 식히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헐벗은 여성 세 명이 입에 얼음을 물고 그의 몸 구석구석을 핥는다. 고구려의 왕족 혈통인 연비(박보경)는 대신들을 앞에 두고 남자 하인에게 애무를 받기도 한다.



우씨왕후가 남편을 잃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긴박한 스릴을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이지만, 중간중간 이런 장면들로 자극을 세게 주니 긴박감을 오히려 반감시킨다. 전종서의 연기는 아쉽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콜’, ‘몸값’ 등에서 보여준 연기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한다. 아우라로 화면을 압도해야 하는 역할인데 존재감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


'우씨왕후' 스틸/ 사진=티빙


무엇보다 ‘왕좌의 게임’ 분위기를 내려 애쓴 티가 역력하다. 우선 같은 시대극인데다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그러나 잔잔하게 깔린 서사에선 남성우월주의를 강조한 점, 전서구로 까마귀를 활용하고 음침한 울음소리를 이용한 점, 철 왕좌 대신 금 왕자를 집요하게 포커싱 한 점, 성애와 살육으로 극단적 자극을 주는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을 따라잡기엔 연출력이 아쉽다. 장면을 전환할 때마다 흐름이 끊기고, 그러다 보니 서사가 엉성하게 붙는다. 제작비를 덜 들인 게 문제가 아니라 기본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문제다.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되지 않은 블록버스터 막장 드라마를 만들려다가 발생한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아쉽다.


이 작품 현재(30일 오후 12시 기준)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오늘의 티빙 톱10' 1위를 점했다. 19세 관람 불가 작품에 선정성으로 지적할 건 못된다. 하지만 선정적인 장면이 미장센과 개연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건 아류작으로 빠지는 길이다. 파트2는 부디 장면 전환을 매끄럽게, 미장센을 아름답게, 서사를 더욱 핍진성 있게 잘 정비하고 나오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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