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왔던 D램 가격에 '노란불'이 켜졌다. D램이 탑재되는 소비자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현물 가격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들의 D램 재고 수준은 2분기 11~17주 분량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듈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D램 재고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는데, 정작 소비자용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는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스마트폰 재고는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AI(인공지능) 기반 PC를 기다리면서 노트북 구매를 미루면서 시장이 계속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분기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들의 소비자용 낸드플래시 소매 출하량도 전년 동기대비 40% 감소했다"며 "메모리 산업은 주기적 변동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 상반기 출하량의 급격한 감소는 시장의 예상치를 초과한 것으로, 하반기에도 수요가 크게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D램 재고 증가는 곧 시장의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소비자 가전에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의 현물 가격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기가비트) 1Gx8 2666 현물 평균가격(Spot Price)은 올해 초 1.7달러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7월 말 2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8월 들어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월말에는 1.973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생산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와 대규모 계약을 맺을 때 적용되는 고정거래가(Contract Price)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DDR4 8Gb 1Gx8 2133의 고정 평균거래가는 7월 말 기준 2.1달러로, 지난 4월 이후 같은 수준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진 현물가격이 계약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도 D램 가격은 분기별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상승은 주로 HBM(고대역폭메모리)3E의 증가로 인한 평균 가격 상승과 일반 메모리 공급 제약에 따른 것"이라며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약할 경우, 예상됐던 D램 가격 상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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