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일 잇따라 서울시내 도로에서 땅꺼짐 현상이 일어나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인 빗물 펌프장 유입관로 공사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등이 발생하기 전 아스팔트가 깨지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 상태를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서울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성산대교 방향 도로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30~40m가량 떨어진 도로에서는 전날 낮 가로 6m·세로 4m·깊이 2.5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를 주행하던 흰색 티볼리 차량이 빠지기도 했다. 이 사고로 80대 차량 운전자와 70대 동승자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30일 기자가 땅꺼짐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형광 조끼를 입은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경찰 등 관계자 10여명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전날 발생한 싱크홀로 관계자들이 밤새 주위를 돌며 인근 도로를 순찰했다"며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와 같은 방면 도로에서 땅이 5㎝ 정도 꺼진 정황을 발견해 문제가 있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땅 꺼짐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2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일부 발생했다.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등은 이날 중으로 추가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도로의 임시 포장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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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상수도관·가스관만 발견"…전문가들 '빗물 펌프장 공사' 지적━
현장에서 약 170m 떨어진 서대문구 사천로~연희교차로 구간에서는 빗물 펌프장 유입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많은 차가 지나면서 땅에 주기적인 진동을 줘 땅꺼짐과 싱크홀 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싱크홀은 대개 지질학적 원인이나 지하수의 흐름 등 크게 2가지로 생긴다"며 "이번 경우는 후자다.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거나 인근 공사장의 작업으로 아스팔트 아래로 물길이 생기면서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로에 만들어진 싱크홀의 경우 대개 땅속에 묻힌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거나 상·하수도관이 터지면서 생긴다. 머니투데이가 현장에서 작업 중인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들과 확인한 결과 성산로에 발생한 싱크홀 아래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폐상수관과 가스관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현장 복구 작업에 참여한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싱크홀 구멍 속 흙을 파낼 때 흙이 물에 젖어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며 "하수관은 없고 폐상수도관만 발견됐다. 주변으로 가스관이 매립돼 있어 사고 예방을 위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들이 보호 조치를 한 후 임시 포장했다"고 말했다.
이틀간 사고 발생 현장을 직접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전 교수도 "서울시가 지난 5월에 GPR(지표투과레이더) 검사를 했다는데 땅속 구멍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흙의 밀도가 뚜렷하게 대비되지 않으면 검사를 해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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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증상' 발견 시 무조건 차량 막고 도로 확인해야"━
공사 전부터 지질에 맞는 공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교수는 "서울 석촌 지하차도 지반 차도 등 비슷한 재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질에 맞는 토목 공사 방법을 적용하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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