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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넘긴 침투율, 고금리에 '캐즘' 태동━
캐즘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양극재 수출량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소재인 양극재의 수출은 전기차 전방 수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K-양극재의 주요 고객들이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7만5345톤, 2분기 7만1548톤, 3분기 7만7454톤에 달했던 양극재 수출은 4분기들어 4만9023톤으로 주저앉았다.
유럽의 경우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 비중)이 20%대에 근접하며 성장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파악된다. 내연기관 대비 비싼 돈을 내면서도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는 얼리어답터들 대부분이 구매를 완료한 시점이 도래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결정타를 날렸다. 미 연준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5.50%까지 급격히 올렸다. '긴축'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며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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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캐즘…전기차 가격은 떨어진다 ━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가 관측됐다. 글로벌 전기차 컨설팅기업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평균 원자재 비용은 올 상반기 6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674달러) 대비 반토막난 것이다. 이는 곧 전기차 가격이 갈수록 저렴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주요 메탈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지금까진 메탈 가격 인하가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배터리·소재 가격은 메탈 가격에 연동한다. 그런데 메탈 가격은 지난해부터 캐즘 등의 영향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과거 비싼 가격에 확보한 메탈로 배터리와 소재를 만들어 값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도가 반년 넘게 지속되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됐지만, 이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메탈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이는 당연히 수요를 자극할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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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도 목전…"버티면 승리"━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 전기차 시장 선행지표인 양극재 수출은 올들어 월 2만톤 내외를 꾸준히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만4480톤으로 갑자기 줄었다. 그만큼 수요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같은 전기차 지원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확실한 것은 캐즘이라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가깝다는 점이고, 그 끝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는 신호들이 조금씩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즘 국면이라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은 연 20% 수준의 성장이 지속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가 지나고 나면 반격의 타이밍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버티는' 기업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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