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최악 폭염 끝나가는데..."블랙아웃 위험이 도사린다"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 2024.09.01 13:01

[MT리포트] 최악 폭염에 또 블랙아웃 공포①'뉴노멀'이 된 역대 최대 전력수요

편집자주 | 전기가 더 필요하다. 냉난방에, 자동차에, 공장에 필요한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탓에 너도나도 펑펑 쓴다. 연일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하지만 전기가 끊길 것이란 두려움은 없다. 가용 자원과 인력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어서지만 어디하나 삐긋하면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송배전망 확충과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미래 자원에 대한 투자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난에 대비해 복도의 전등을 끄는 등 정부 부처가 자발적으로 절전 운동을 벌이는 모습. 2013.5.29. /사진=뉴스1

역대 최악의 폭염과 최장기 열대야. 이제는 한반도의 '뉴노멀'이 됐다. 덩달아 전력 수요 역시 '역대 최대'를 경신 중이다. 쓰는 전기는 많고 만드는 전기는 한정돼 있는데 그 누구도 '블랙아웃'(대량 정전)을 걱정하지 않는다. 전력 관리에 대한 믿음, 위기에 대한 무감각 등이 섞여 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필수 조건이 적잖다. 발전원 확보, 송배전망 안정화, 정비 철저 등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13년전인 2011년 9월15일 대정전(9·15 블랙아웃)의 위험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1일 정부부처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8월 한달 동안 전력수요는 연일 새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역대 4, 7, 9위만 제외하고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이번 달 발생했다. 그만큼 무더위 속 모든 발전원이 쉬지않고 가동됐다는 의미다.

겉으로는 평온해보였지만 연간 최대 전력 수요를 비교해보면 올해 전력공급 차원에서 얼마나 위험한 해였는지 알 수 있다. 10년전인 2014년만해도 최대 전력수요는 80.1GW(기가와트)였다. 이후 매년 서서히 증가하더니 2019년(90.3GW) 90GW를 돌파했고 2022년 94.5GW에 이어 올해 97.1 GW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전력 과부하로 인한 시설물 자체 변압기 이상으로 정전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 9일 부산시 300가구 규모 아파트에서 약 9시간 동안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정전은 아파트 자체 설비 과부하 등의 이유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파트 측은 정전 발생 이후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서 약 9시간 만인 9일 오전 1시20분께 전력을 임시 복구해 비상발전기를 가동했다.

다행히 대규모 정전사태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전력공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정부는 104GW 수준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 원전을 중심으로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원에 따라 가동률을 조정하고 출력률 상향, 사전 예방정비 등의 대비를 강화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에 양수까지 가동해 매년 최대 발전량을 경신했다. 원전 발전량의 경우 2021년 15만8015GWh(기가와트시)에서 지난해 18만494GWh를 기록했다. 실제 원전 이용률 또한 △2021년 74.5% △2022년 81.6% △2023년 81.8% 등으로 증가했다.

필수 예방정비 등을 제외하고 최대한 원전의 가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석탄 또한 언제나 '더 탈' 준비를 했다. 갑작스런 전기 사용량 폭증에 대응할 수 있는 발전원은 석탄으로 발전 출력량을 상향을 통해 추가적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전력 예비력 단계에 따라 △석탄발전 최대보증 출력 △전합 하향 조정 △수요자원(DR) △냉방기 원격제어 등을 통해 7GW 규모의 예비자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전력수요 절정 시기를 대비해 예방정비도 서둘렀다. 한국중부발전의 경우 발전소 23기에 대한 정비 시기를 점검하고 여름철 전에 계획 정비와 예방정비를 완료했다. 발전5사는 정비 예비품을 공동 운영하며 필요 발전기에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이같은 위기 대응 계획과 실행 덕에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잠재적 위기가 도사린다. 발전사들이 예방정비 등을 시행하기 위해 가동을 중단하는 9월이 고비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겨울을 대비해 일부 발전소가 정비에 돌입했고 갑작스런 이상기후로 무더위가 덮치자 전력 수요량이 급증했다. 이내 대학 교정의 불이 꺼지더니 스포츠 경기장은 암흑이 됐다. 병원의 전력공급도 중단됐다. 지역별 순환 정전의 시작이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2011년 9월 15일 대정전 발생했는데 (위기가)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늦더위에 (정전사태 등이) 발생 할수 있다"며 "전력 유관기간의 경각심 제고 부터 전력망 계통 보완 등 올해도 (정전 위험이 발생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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