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되는 두산그룹 재편안에 엇갈린 주가…당국 "면밀히 검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방윤영 기자 | 2024.08.29 17:16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시장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기존 방안이 최대주주에게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고 결국 이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두산 계열사 주가도 크게 움직였는데 주주별로 다른 셈법이 작용한다.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이 제출할 증권신고서 정정안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기존 방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당초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 이후 최종적으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들면서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이번 지배개편의 골자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불합리한 합병비율 산정 등을 지적하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서도 두산그룹의 개편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점 등을 지적하면서 개편안에 제동을 걸었다.

반발이 심해지자 일단 두산밥캣 주주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개편안을 수정한 것 아니겠냐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과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을 먼저 추진한 뒤 상황을 봐서 두산밥캣과의 합병도 재추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36%인데 외국인은 대부분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연금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상 참석과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진 철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 계열사 간 유불리가 다소 바뀌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져오면서 두산의 지배력은 더 강해지게 된다. 두산밥캣은 100% 자회사 이후 상장폐지되는 것보다 상황이 나아지긴 하지만 주주별 입장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 있다.

이날 계열사별 주가 변동은 이런 셈법을 반영한 탓에 장중 상하 움직임 폭이 컸다. 지배구조 재편안이 수정되면서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전일 대비 3200원(4.84%) 오른 6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최고 11%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주사 두산 역시 전일 대비 1500원(1.02%) 상승한 14만7900원에 마감했다. 반면 결국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3.95% 하락했고 불확실성이 남은 두산밥캣도 3.33%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두산이 기존 계획을 전부 철회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분할 합병 부분은 그대로 진행하는 만큼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뿐만 아니라, 분할 합병 부분에 대해서도 정정요구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잘 기재하고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정보가 제공됐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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