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세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29일 오후 4시 기준 여전히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5m,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50m에 달한다. 태풍 중심에서 반경 110㎞ 이내에선 시속 25m 넘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앞서 가고시마현에 발령했던 폭풍과 파랑 특별경보를 이날 오전 8시경 주의보로 하향 조정했으나 기록적인 폭우와 돌풍으로 재해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계속 최고 수준의 경계를 호소했다. 30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강우량이 규슈 남부 600㎜, 규슈 북부 400㎜, 시코쿠 400㎜, 도카이도 300㎜에 이를 수 있단 전망이다.
아울러 기상청은 가고시마현, 미야자키현, 오이타현에 걸쳐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선형 강수대가 발생했다면서, 총 강우량이 1000㎜를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야자키현 일부 지역에선 산산 영향권에 든 72시간 동안 800㎜ 넘는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 구마모토현, 후쿠오카현 등에선 토사 재해 위험이 높아져 '토사 재해 경계 정보'가,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미에현 강 일대엔 '범람 위험 정보'가 각각 발표됐다.
사망자도 발생했다. NHK는 이날 아이치현 가마고리시에서 토사가 무너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총 74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도 1명 보고됐다. 또 규슈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7개현 25만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SNS에는 돌풍으로 지붕과 외벽이 뜯겨나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힌 채 길가에 누워있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과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산산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시에 사는 장례식장 직원 마에다 토모키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태풍으로 인한 돌풍으로 창문이 깨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면서 "31년 살면서 이렇게 강한 바람이나 토네이도를 경험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사는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28일 밤 어머니와 단둘이 집에 있는데 태풍이 접근하던 28일 밤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더니 11시경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졌다며 "집이 날아가 버릴까 걱정될 정도였고 여기저기서 자동차 경보음이 들려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통편 차질도 이어진다. 신칸센의 경우 구마모토-가고시마 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이날 오후 5시부터 하카타-히로시마 구간도 중단된다. 30일엔 미시마-나고야 구간 운행이 온종일 멈춘다. 후쿠오카 지하철은 29일 오후 8시부터 차례차례 감편하고 9시부터는 운행이 중단된다. 또 항공편은 규슈와 시코쿠 소재 공항을 출발하는 노선 대부분이 결항됐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을 항공편 총 600편 이상 결항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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