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우리금융 다시 거꾸로 가나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24.08.30 02:03
더벨 이진우 국장

지난 28일 오전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의결을 위해 열린 이사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보험업 진출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의미 있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하루 전인 27일 검찰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이사회에서도 당연히 이 문제와 관련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이사회 멤버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고누락 등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현 경영진을 정조준한 점이 가장 당황스러웠다. 전임 회장 시절 벌어진 일이고 금감원 실무진과도 관련협의에 들어갔는데 느닷없이 경영진의 거취를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금감원이나 검찰의 조사, 수사에 충실히 협조하고 결과를 지켜본 뒤 현 경영진이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거지 당장 '책임론' 운운하며 거버넌스를 흔들면 오히려 안팎이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공공적 성격을 띠지만 엄연히 이사회가 존재하는 민간 금융회사에 '관치'를 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임종룡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조사, 혹은 수사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에서 개진된 사내외 이사들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서 나온 조기퇴진설 등을 차단하면서 흔들리는 임직원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금융 안팎은 지금 극도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손 전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성토와 제보가 쏟아지는가 하면 벌써부터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물러날 경우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할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연이은 대형 금융사고로 이미 찍혀 있는 우리금융을 이번 기회에 흔들어 이득을 보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시선도 있다.


우리금융 한 인사는 "사태의 원인은 심플하다. 손 전회장이 자기 손으로 뽑지 못한 권광석 우리은행장(당시)을 견제하기 위해 임원, 본부장 인사권을 가져갔다. 은행장은 허수아비였고 모두 회장만 바라봤다. 과연 누가 견제를 할 수 있었겠냐"고 했다. 이 인사는 "그런데 현 임종룡 체제에서도 이 문제가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았다. 과도한 권력집중은 내부통제 부실 내지는 비리를 잉태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 안팎에서는 갈등을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이미 여러 곳에서 움직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해야지 벌써부터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 것은 또 다른 의혹과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탈법이 확인되면 전·현직을 막론하고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임종룡 체제'를 통해 명실상부 금융지주 완성체를 만들고 덤으로 뿌리 깊은 불행한 갈등의 역사를 끊는 실마리를 찾는 시점에서 너무나 아쉬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금융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선 안 된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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