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쉬운 길 택한 은행…정부는 어려운 길 가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 2024.08.29 05:12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회계연도 결산 관련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금융당국이 은행과 소통했고 은행은 손 쉬운 방법으로 금리를 올리는 걸 선택했다고 들었습니다.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장 참가자와 소통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에 더 세게 개입할 것'이란 발언에 대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평가다. 이 원장의 발언이 '관치금융'이 아닌 소통의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이란 의미로 요약된다.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연기, 신생아특례대출 공급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 폭증을 야기한 정부가 이제와서 은행 탓을 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하라고 사실상 부추긴 게 정부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놀라 은행들에 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던 정부가 은행들이 이자를 올리는 쉬운 길을 택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궁색하다.

그래놓고 금융당국은 또다른 쉬운 길을 택하는 모습이다. 대출이 과도한 은행들의 내년 평균 DSR을 40%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은행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실패한 답안지다.

앞서 가계대출이 폭증하던 2021년에도 금융당국은 총량규제 카드를 꺼냈다. '총량관리의 함정'은 확실했다. 상환능력만큼 은행에서 돈을 못빌린 고신용자들이 중·저신용자의 버팀목인 2금융권으로 침투했고 정작 서민·실수요자들이 돈을 제때 못빌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총량이 다찬 은행은 대출창구를 걸어잠그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정부가 쉬운 길을 택한 건 비단 가계대출 관리뿐만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은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별도 평가를 내놨다. 통화정책 결정은 중앙은행 고유 영역이자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무엇보다 최근 내수부진 책임을 한은에 떠넘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가격, 가계대출 관리 실패로 통화정책 여력을 제한시킨 책임에서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3.2%다. 정부가 내다보는 내년 경상성장률 4.5%에 한참 못 미친다. 기준금리 동결과 마찬가지로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긴축예산'이다. 내수, 경기 진작의 '최후의 보루'로서 정부 재정이 역할을 다했는지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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