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달라"…'정보사 요원 출신' 군무원, 1.6억에 '군사기밀' 팔았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4.08.28 11:10

[the300] 수사당국 추적 피하기 위해 치밀한 범행…중국 요원과 게임앱 음성메시지 등으로 소통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검찰단 전경 / 사진=김인한 기자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정보를 수집하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블랙요원들의 신상정보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정보사 군무원이 2017년 중국 정보요원에 포섭 당해 군사기밀을 최소 30건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현금은 최소 1억6000여만원이다. 정보사 군무원은 수사당국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요원과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내 음성메시지 등을 통해 소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검찰단 고위관계자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고인은 2017년 4월 중국 연길공항에서 중국 정보기관 소속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체포당해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포섭 제의가 들어와 응했다고 진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7일 정보사 군무원 A씨에게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군사보안 범죄 등을 수사하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A씨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에 넘길 때 적용한 간첩 혐의는 빠졌다.

군 검찰단 고위관계자는 "피고인은 2·3급 군사기밀을 12건 유출하고 특정 게임 앱 내 음성메지를 통해 군사기밀 18건을 누설했다"며 "수사당국 추적 회피를 위해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 비밀번호 설정, 대화기록 삭제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 정보요원의 지시를 받고 기밀을 출력, 촬영, 화면 캡처, 메모 등의 다양한 수법을 통해 빼돌렸다. 또 해당 기밀을 영외 개인 숙소로 무단 반출해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중국에 전달했다. 특히 추적이 어렵도록 촬영한 사진을 쪼개고 쪼개서 압축파일 형태로 클라우드에 전송했다고 한다.

검찰단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비하면 계획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며 "피고인은 중국 정보요원이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군사기밀을 넘기는 대가로) 약 40회에 걸쳐 4억원의 돈을 요구했고 1억6000여만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했다"고 했다.


A씨는 1990년대부터 정보사에서 요원으로 활동한 베테랑이라고 한다. 군 검찰은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간첩 관련 증거 분석을 의뢰했고 혐의가 추가 발견되면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적의 범위는 북한을 뜻한다. 검찰단 고위관계자는 "A씨 구속 뒤 방첩사 추가 조사과정에서 중국 정보요원이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어 집중 수사했다"면서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어 간첩 혐의 적용은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급박하게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몇가지 추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난다면 간첩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A씨가 유출한 정보와 관련해선 "중국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 명단이 있다"면서 "북한 휴민트(HUMINT·인적 첩보조직) 관련 명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북한 휴민트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인원들로 이번 군사기밀 유출로 관련 요원 수십명이 급거 귀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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