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매우 특이합니다. 집중호우와 열대야가 같이 발생했어요. 과거에는 둘 중 하나만 대응하면 됐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은 여름이었습니다. 이 경우 대응도 더 어렵습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난 2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날씨를 설명하며 '복합재해'란 표현을 썼다. 성격이 다른 기상재해가 동시에 또는 바로 연달아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손 교수는 "복합재해 증가는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며 "중국, 인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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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더위 식지 않는 여름 ━
손 교수는 "비는 더위를 식히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왔음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 했다. 올해 여름은 최고 온도(36.4 ℃, 서울 기준)로는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 기록(39.6 ℃) 을 넘지 않았지만, 8월 평균기온(29.6℃, 27일까지)은 2018년(28.8 ℃)을 웃돈다. 더운 밤이 잦았던 탓이다.
기상청이 지정한 특이기상연구센터 중 하나인 장마 특이기상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손 교수는 한국의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과거 여름에는 장기간 넓은 지역에서 비가 왔다면 최근에는 짧은 기간 좁은 지역에 강수가 집중된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 비'는 더 빈번해졌다. 올해에만 경기도 북부, 전라북도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10번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7~1986년과 1987~1996년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는 각각 2회, 3회 내렸을 뿐이다. 10년에 두세 차례 관측되던 재난수준의 비가 올해에만 10차례 발생한 것. 손 교수는 "시간당 100mm의 비는 한국의 어떤 도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비"라며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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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열대야·폭우…'최장'·'최대' 기상 기록 최근 빈번해져 ━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며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손 교수는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상 현상의 인과관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며 "만약 기후 시스템이 이렇게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이상기후와 이상기상 현상들은 없었을 거라는 데 많은 학자들이 공감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지난 몇년간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 역시 기후위기의 징후로 읽을 수 있다고 손 교수는 짚었다. 한국의 경우 최장기간 폭염(2018년), 최장기간 장마(2020년), 서울 최대 시간당 강수량(2022년), 역대 가장 센 장마철 강우 강도(2023년), 최장기간 열대야(2024년) 등이 모두 최근 발생했다.
손 교수는 한국에서 재난수준의 비가 잦아진 만큼 폭우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군산에 시간당 14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왔지만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건 지난해를 교훈삼아 적극적인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개인들도 많은 비가 내릴 거란 예보가 있을 때엔 외출을 자제하거나 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손석우 교수는
△2024~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 △2024~기상청 지정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 △2012~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2008~2012 맥길대학교 대기해양학과 조교수 △2006~2008 컬럼비아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펜실베니아주립대 기상학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석사 △서울대 대기과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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