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직사회 이탈 심각한 위기, 매력·사기 높이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최석환 정책사회부장, 정리=이창명 기자 | 2024.09.02 04:25

[머투초대석]연원정 인사혁신처장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공무원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입니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사진)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직 매력도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공직사회를 혁신하는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실제로 공직사회를 둘러싼 위기 의식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매일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떨어진다. 현직 공무원들도 현재와 같은 월급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공직사회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중대한 기로에 선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인사처 수장으로 등판시킨게 연 처장이다. 30년 경험의 인사전문가인 그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 처장 역시 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높이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연 처장은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저연차 청년 공무원의 조기퇴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저연차 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앞으로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가 적정한 수준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의 문제로 언급되는 경직된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뒤 "공무원이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연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공직사회 이탈이 심각한데.
▶인사처가 지난해 실시한 공무원 총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 공무원의 약 43% 정도가 이직을 고민하고, 이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보수를 꼽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대통령께도 보고를 드렸다. 지난해부터 9급 초임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올렸고, 올해도 저연차 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더 배려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의 보수 수준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공무원들이 높은 생활비에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혼자 사는 공무원들의 경우 월세 50만원에다 각종 관리비를 더하면 주거비만 적어도 70만~80만원이 든다. 9급 초임 공무원의 월 보수수준이 250만원 내외인데 각종 세금에 공무원연금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주거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 임대아파트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없는 공무원들의 주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무원노조가 요구한대로 임금을 정액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나.
▶정액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공무원 임금을 정할 때 해외를 포함해 정액으로 정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액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임금 인상분의) 절대액이 작기 때문인데 (정액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반복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률을 높인다면 정액인상과 결과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본다. 공무원 노조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액 인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사회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참고한 사례가 있다면.

▶청년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일을 통한 자기 성장, 발전에 큰 의미를 둔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직사회가 이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이를 위해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칭찬과 개선점 중심으로 구성원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구글의 성과평가과정 피드백 문화를 인상적으로 봤다. 청년세대가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공직사회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겠다. 이제는 각 조직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만족도와 성과도 끌어낼 수 있는 특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만큼 각 부처 진단을 통해 해법과 혁신 전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근 서울시가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저출생 관련 대책들이 호평을 받았다.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서울시의 정책을 좋게 봤다.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와 기관의 조직문화나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각 조직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정부가 특정한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맞지 않다. 앞으로는 육아대책 등도 각 기관장이 자율적으로 기관 특성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인사처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보좌해온 대통령의 인사철학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책 체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 정책은 제대로 한 게 아니라는 철학이다. 그래서 '원팀'을 자주 강조하신다. 산업통상자원부든 기획재정부든 국민들이 볼 땐 똑같은 정부라는 것이다.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도록 지시했고 이는 인사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참모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고 생각한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실시된 인사교류는 성과가 있나.
▶올해 초부터 국과장급 대상 24개 직위에 대한 전략적 인사 교류가 이뤄졌다. 공무원들은 이런 인사 교류를 싫어한다. 아무래도 친정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 일을 하다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앞서 총리실에 파견을 직접 가보고 같은 공직 사회 안에서도 조직문화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해당 부처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고, 그간 해오던 방식과 전혀 다르게 문제를 해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의 용수 문제 등을 해결했는데 인사교류의 모범 사례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무원들이 (인사교류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인사상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 인사교류자에 대한 우대와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공직사회에 우수한 인재가 필요한 이유는.
▶공직사회의 우수한 인재 확보와 유지는 장기적으로 정부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직사회의 매력도를 높이는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난 6월 발표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를 기록했다. 이는 민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역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민간 부문의 기여도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국가발전 방향 설정과 전략적인 자원 배분 등 정부의 역할도 여전히 필요하다.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량, 공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인사처장의 최우선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인사처는 정부 수립 이후 부처 명칭에 '혁신'이 붙은 최초의 기관이다. 여기에는 공직사회를 바꾸고 정부혁신을 이끌어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담겨 있다. 이에 맞춰 우수한 공무원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인사 혁신의 목표이면서 동시에 인사처의 핵심 임무다. 우수한 공무원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상체계와 직무 중심의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강화하고, 정책 최일선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지원체계도 지속적으로 갖춰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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