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간호사가 방사선사의 업무 침범" 방사선사 수장의 하소연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8.27 17:31

[인터뷰]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 겸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장

병원에서 엑스레이·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초음파 검사,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력이 바로 '방사선사'다. 전국에 분포한 방사선사는 5만7579명(올해 기준)으로, 의사가 질병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드는 임무를 주로 맡는다. 그런데 최근 간호법안이 여야 합의로 추진에 탄력을 받으면서 방사선사를 비롯한 의료기사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게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 겸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장의 하소연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이 27일 인터뷰에서 "간호법이 의료기사의 업무를 침해해선 안 되며,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업무 영역 명확화를 위해선 의료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7일 서울 서초구 마방로의 대한방사선사협회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 협회 한정환 회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뗐다. 최근 간호법안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추진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업무를 제외하지 않은 간호법안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들의 업무와 충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회장은 "지난해 단식투쟁까지 하면서 간호법안 제정을 반대했는데, 그 이유로는 간호사가 방사선사의 업무를 침범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어서였다"고 했다. 현재 방사선사를 비롯한 의료기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안경사 등 8개 직군이 해당 법률의 저촉을 받는다.

이들 직군 가운데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각 단체는 지난해 간호법 저지 투쟁에 뛰어들며 간호법을 막아내는 데 열을 올렸다. 한 회장은 이들 두 단체가 소속된 대한의료기사총연합회의 수장도 맡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해부터 대한간호협회 측에 '의료기사의 업무는 침범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이를 위해 간호법안에 글자 딱 '15자'만 넣어달라 했지만 간호협회에서 알겠다고만 하고는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요청한 15자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업무는 제외한다' 이것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대한간호협회 측에 이 15자만 넣어주면 간호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의견을 보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간호법을 반대할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밝혔다. 방사선사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엑스레이 등 기기에서 촬영 버튼만 누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간호대에서는 방사선사의 업무를 전혀 배우지 않는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간호사에게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업무를 맡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 회장에 따르면 방사선사의 실력에 따라 질병을 판독하기 위한 사진·영상의 품질도 차이 날 수 있다. 예컨대 간(肝)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때 몸이 매우 마른 사람은 간 안에 갈비뼈가 비치면서 마치 간 안에 뭔가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없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허상'이라고 하는데, 허상을 가려내려면 여러 각도에서 검사해도 이상 부위가 관찰돼야 한다.


이런 걸 구분하는 능력을 방사선사가 갖추기 위해 대학 방사선과에서 갈고 닦는데, 간호대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다. 한 회장은 "설령 간호법을 통과시켜 간호사에게 방사선사의 일을 하게 허락한다 해도 그들이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과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각자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간호사가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일을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당시 간호협회에서도 '초음파 검사를 하고 간호사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의사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간호법에 더군다나 의료기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하지 않게 조항으로 명시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은 총 4개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2개 법안에만 '의료기사 등에 관한 업무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런 가운데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복지위는 이날 오후 7시께 소위원회를 열어 간호법의 최종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간호법안을 다듬는 과정에 해당 문구가 들어갈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 회장은 "가장 좋은 건 의료법 안에서 간호사에 대한 처우 등을 개선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와 함께 '의료인'에 해당하는 5개 직군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의료인인 간호사가 단독 법을 만들어 타 직군의 업무를 침범하려 한다면 방사선사도 방사선 단독 법을 만들어 우리 업무 영역의 선을 긋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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