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7일 '신산업 제안 시리즈 -식량안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곡물을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협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EIU 식량안보지수 종합 순위는 39위로, 일본(6위)과 중국(25위)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은 37위에서 44위 사이에 머물렀으나, 일본은 같은 기간 10위권 이내를 유지했고 중국은 49위에서 25위로 뛰어 올랐다.
세부 평가지표별 한·중·일 순위를 보면, 한국은 113개국 중 △식량 구매능력(51위) △공급능력(11위) △품질 및 안정성(50위) 등 평가항목 4개 중 3개 부문에서 일본과 중국에 뒤쳐졌다.
한경협은 아시아 내 곡물 유통 부문 비교우위도 우리나라가 경쟁국에 뒤쳐진다고 진단했다.
세계 곡물 유통시장은 미국 ADM 등 4대 메이저 기업이 독과점을 형성 중이며, 아시아 지역 내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부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 지원 및 무역보험을 통한 보증 등을 민간 농업협동조합과 종합상사에 제공 중이며, 이미 미국·브라질·캐나다에서 해외 곡물 유통망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정부 차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해외 현지 유통기업을 인수하는 등 곡물 유통망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경협은 "한국은 해외 곡물 유통망 구축 측면에서 일본과 중국 대비 초기 단계 수준"이라며 "이에 더해 곡물 확보 면에서는 대량 곡물 수입국 대비 국내 수요가 적어 구매 시 국제입찰 시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고, 국제 곡물가격 변동 시 농산물 물가 또한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의 미국 곡물 수입량은 일본의 33~50% 수준이다.
이에 한경협은 식량안보 강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일본과 중국은 자국 식량안보를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했고, 해당 법은 올해 모두 발표됐다. 이에 비해 한국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구체적인 식량안보 개념이 없고 현실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식량안보를 법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것.
또, 곡물 유통망 및 비축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밀, 대두 비축기지가 국내에 마련돼 있지 않아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해당 곡물 수입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식량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 필수재라는 점에서 식량안보는 앞으로 단순한 먹거리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식량공급 안정을 위해 선도기업을 적극 지원·육성하고,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와 비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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