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인 바자(Baza)는 러시아의 보안 담당자들이 휴대폰에서 텔레그램 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두로프 체포 이후 민감한 군사 정보가 텔레그램에 게재되고 그 출처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 간부이자 저명한 선전가인 마가리타 시모냔은 텔레그램에 "민감한 대화와 채팅에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모든 사람들은 즉시 이를 삭제해야 하며 앞으로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두로프는 24일 늦은 오후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인 제트기로 파리에 도착한 후 르부르제 공항에서 구금됐다. 25일 판사는 두로프의 구금을 24시간에서 96시간으로 연장했고 이 기한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프랑스 경찰기관인 오브민이 파리검찰청 및 세관관리들과 협력해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두로프에 대한 영사 접근을 요청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두로프의 구금에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X(옛 트위터)에 "사법 조사의 일환이며, 판사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두로프에 대한 체포는 소셜 미디어업계 수장에 대한 역대 가장 강력한 국가적 조치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셜 미디어인 브콘닥테(VKontakte)의 공동창립자이자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통한다. X의 최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두로프가 체포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해시태그 '#freepavel'을 게시하며 프랑스 당국을 비난했다.
한편 레바다가 4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4명 중 약 1명이 매일 텔레그램의 공개 메시지 게시판(채널)을 읽는다. 5년 전 이 수치는 단 1%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검열'이 없고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텔레그램에 민감한 정보가 모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했다. 무엇보다 텔레그램은 전쟁 중 정보가 퍼지는 방식을 본질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두로프가 구금되면서 텔레그램의 이 같은 지위는 위협받고 있다. 창립자 구속 여파로 텔레그램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프랑스 당국이 텔레그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면 전처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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