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49)가 포상금 5000만원을 받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정보를 입수해 수사기관에 제보한 '공익신고자'로서 약 8년7개월 만에 인정받은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행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포상금 500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전날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인정받으니 저 자신에게 '잘 버텼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다"며 "너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인정해준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으로 3000여만원을 뜯긴 2016년부터 현재까지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삼촌으로 부르며 어르고 달래 총책의 이름, 생년월일, 집 주소 등 신상은 물론이고 고액 피해자 800명 명단, 총책 귀국 비행기 편까지 알아내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총책이 검거된 이후에도 김씨는 공익신고자로서 포상금은커녕 범죄피해자로서 피해금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참조: 3월29일자 '시민덕희' 그 실제 주인공…이렇게 보이스피싱 총책 잡았다
2017년 5월 권익위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총책 검거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달라'며 고충을 호소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 7년을 더 속앓이한 끝에 지난 2월 대검찰청이 포상금 지급을 추천하면서 권익위 보상심의위원회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권익위 전원위원회 지급 결정은 당초 이달 중순에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지난 8일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으로 2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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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범죄피해금 소송에 쓸 것…다른 피해자 위해 선례 남기겠다"━
그는 "제가 선례를 남겨 놓으면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포상금을 받아서 소송을 하고 싶고 그래야 정의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시민덕희'는 지난 1월 개봉 후 누적 관객수 170만명을 극장에 불러 모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박영주 감독은 2017년 2월 김씨에게 직접 찾아가 "계속 싸우면 더 아프지 않나"라며 "영화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김씨는 영화 개봉 후 생업에 종사하는 시간을 쪼개 경기 화성시까지 찾아온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며 연대했다.
이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월 검찰 간부들과 '시민덕희'를 관람하고 김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대검찰청 담당 과장이 지난 4월 '김씨가 입은 피해액을 모두 보전해달라'는 의견서를 직접 권익위에 제출하며 포상금 지급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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