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기다리다 3000분 돌아가셔…면허증 발급 때 기증희망 등록 필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4.08.26 15:51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 인터뷰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장기이식 대기자가 4만명이나 되다 보니 1년에 약 3000분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십니다. 하루에 7~8분이 돌아가시는 것인데 가슴 아픈 일입니다. 기증자가 많이 늘면 이런 갭을 메울 수 있습니다. 운전면허증 발급 때 기증희망등록을 하게 되면 더 많은 국민들이 삶의 희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65·사진)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등에서 근무하며 30여년간 장기이식 분야에서 임상의로 수술하고 환자를 진료해온 전문가다. 지난 5월부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으로 취임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장기기증자 부족이다. 이 원장은 "뇌사 장기기증자가 매년 500여명으로 유지되는데 대기자수는 우상향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3년은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아 감소했다가 점차 회복되며 기증자가 늘어가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뜻하지 않은 의정갈등 상황으로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수님들의 업무가 힘드신 상황에서 수술 일정을 잡아야 하는 면에서도 의정갈등의 여파가 있다"고도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00년 52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늘었다가 이후 400명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450명, 2022년 405명이었고 지난해엔 483명이었다. 지난해 이식 대기자 수는 뇌사 장기기증자의 100배가량인 4만3421명에 달했다. 2000년 2840명에서 2008년 1만715명, 2014년 2만151명, 2018년 3만544명, 2022년 4만170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원장은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으로 장기 질병환자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이식 대기자 수와 기증자의 수가 차이가 늘어날수록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뇌사자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이 1702명 정도"라며 "평균 기증자 한 분당 3.5개의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양쪽 폐, 심장, 간, 콩판, 췌장 등의 기증으로 8~9명의 환자를 살릴 수 있는데 기증자가 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장기기증 비율은 아시아에서 1위지만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 대비 현저히 낮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뇌사장기기증은 인구 100만명당 9.33명으로 아시아에서 비율이 높지만 미국 44.5명, 스페인 46명 등 기증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며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 기증·이식 제도 개선, 인프라와 시스템 강화, 기증자와 가족들의 지원과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경우 특별한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뇌사가 되면 모두 장기를 기증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특히 운전면허 발급 때 기증희망등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미국, 영국은 운전면허증 장기기증 의사표시 제도를 통해 국민의 각 55%와 39%가 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내년 8월부터 신분등록서(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선원신분증명서)를 발급, 재발급 또는 갱신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증희망등록을 안내하는 법령이 시행된다"며 "이를 통해 기증 인식 확산과 생명나눔의 소중함이 많은 국민들에 알려지고 자연스럽게 기증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증원은 장기기증 후 사후처리와 유가족 지원 등의 역할도 맡고 있다. 장례절차 안내, 사후 행정처리 절차 지원, 유가족 치유 서비스 제공, 액자와 근조화환 제공, 유가족과 이식수혜자 간 서신교환 등이다. 순천만, 보라매공원 등에 기증자 추모공원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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