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외교부와 국세청, 병무청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4월 국세청이 외교부에 의뢰해 윤 대표의 과테말라 여권과 신분증이 위조 됐는지 확인을 요청해 가짜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수사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234조(고발) ②항에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해당직무의 범위가 세무공무원의 직접적인 직무인 조세포탈과 관련되지 않은 여권위조와 병역면탈이라는 점에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해당기관만이 획득할 수 있는 범죄정보라면 수사기관과 공유해 범죄의 성립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안은 국세청이 먼저 외교부에 과테말라 여권의 위조여부 등을 문의했고, 외교부는 해당공관(주과테말라한국대사관)을 통해 허위임을 확인한 내용을 공문으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부는 국세청의 협조요청에 따라 우리 업무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이다"며 "우리가 과테말라 여권이나 신분증을 위조한 사실을 수사당국에 수사의뢰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3(비밀유지)에 따라 세무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과세정보는 수사기관을 포함한 다른 정부부처에는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병역면탈 의혹 등은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고를 받는 법무부도 당사국에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별도로 묻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각국이 국적상실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위조된 여권과 신분증으로 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그 진위를 알기 어렵다. 이번처럼 외교당국이 직접 해당국 이민청에 신분증의 위조여부를 질의해야 알 수 있다.
국적상실자에 등재되면 자동적으로 병역의무에서 제외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관보에 고시한 국적상실자 명부를 확인한 후 병적을 제적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피하려는 당사자의 신분을 해당국에 조회하는 절차가 없다는 얘기다. 국적취득사실을 속이면 병역면제가 어렵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표가 2004년 과테말라 위조여권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뒤인 2012년에는 국내 부유층 자녀들의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해 그 부모 47명이 브로커를 통해 대거 과테말라 여권 등을 위조했다가 적발돼 처벌되기도 했다.
각 부처에서의 허점 하나하나가 여권 위조와 병역 면탈의 빌미가 된 만큼 관계당국의 체계적인 국적 및 여권, 병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한편, 이같은 의혹의 사실여부를 묻기 위해 윤 대표의 국내외 휴대전화에 연락을 취하고, 회사 공식 계정 이메일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또 윤 대표의 국내법인인 BRV코리아어드바이저(BRV의 한국사무소) 사무실에 여러차례 전화와 질의서를 팩스로 보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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