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공모주가 테마주가 됐을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 2024.08.27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올해 상장한 기업의 70% 이상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상장 첫날부터 폭락하는 사례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에 상장한 ICT 기술기업은 공모가에서 31.9% 하락했으며, 의료기기 제조회사도 18.2% 내려갔다. 두 종목 모두 희망가격 밴드 최고가로 공모가가 결정되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공모주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지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공모주가 테마주로 인식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이 몰렸고,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그러다 보니 공모가는 회사가 희망하는 최고가로 결정되고, 상장 첫날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크게 넘어섰다. 상반기 공모주 청약에 개인투자자들이 무려 200조 원이 넘는 돈을 넣었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134%나 늘어난 수치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역대 최고였던 2021년 1256 대 1을 가볍게 넘어서며, 1610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상장일 주식의 가격 변동폭이 공모가 대비 4배로 대폭 늘어나면서, 공모주는 테마주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결과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모주 투자 불패' 현상도 일어났다. 기존 상장기업에 비해 훨씬 더 큰 변동폭이 허용되는 점을 이용하여, 당일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시초가를 높게 유도하면서, 상장 첫날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크게 상회했다. 그래서 공모주를 상장 첫날에 팔아도 엄청난 수익이 난다며, '묻지마 투자'가 급증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열광했던 이유는 평균 91%(종가 기준)에 이르는 첫날 수익률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거래 첫날 평균 196% 올랐다. 금년 1월부터 6월까지도 각각 181%, 87%, 107%, 99%, 86%, 40%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6월 말까지 상장된 28개 모든 기업의 공모가가 회사가 원하는 최고가격 이상에서 결정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시 거래 첫날에만 3자릿수의 상승률은 기록하면서 결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개인투자들은 계속해서 공모주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금년 상반기 전 세계 상장 건수는 551건이며, 조달금액은 5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2%, 금액은 16% 감소했다. 한국도 2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이러한 데이터가 보여주듯 글로벌에서도 공모주 시장이 과열될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공모주 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7월에 상장한 6개 기업의 상승률이 7%대에 그친 것이다. 평상시라면 나쁘지 않은 스코어다. 그러나 그동안 비정상적인 급등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터라, 이러한 수치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개인들이 공모주 시장을 빠르게 떠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상장 첫날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이 나타났다. 20% 이상 하락한 기업이 나타나면서 연이어 상장한 회사도 16%나 떨어졌다. 그러다 8월에 상장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의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과 2~3일 만에 4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공모주 시장은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주가로 거래를 마쳤던 회사들도 대부분 불과 며칠 만에 공모가 이하로 폭락했다는 것이다. 5월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22개 종목(스팩·리츠·이전상장 등 제외) 중에서 단 4개를 제외한 18개 종목이 8월 26일 기준으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평균 하락률은 33%를 넘고 있으며, 50% 이상 떨어진 종목도 여러 개 있다.

사실 상장 첫날 아무리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0% 가까이 올라간다 해도, 개인들이 공모주 청약으로 커다란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반기 평균 청약 경쟁률이 1600 대 1을 넘어섰기 때문에, 1억 원을 청약한다 해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1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공모주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패자는 개인들이다.

테마주는 끊임없이 주식시장에 출몰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테마주의 종류는 가장 흔한 정치 테마주부터, 암호화폐, 배터리, 인공지능, 바이오 등 그럴듯하게 포장된 것들도 있고, 도대체 왜 이런 게 테마주로 분류되는지 개연성 자체가 매우 부족한 것들도 많다. 그러나 공통점은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급등락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수, 매도 시기를 조금만 잘못 잡아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연동되는 게 정상이다.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쁘진 않다. 다만, 주가에 기대감만 과하게 반영됐다면 '거품'이나 마찬가지다. 언제 꺼질지 모른다.


또한 테마주들은 소형주에 몰려 있다.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이 상승폭을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조작 세력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이들이 작정하고 작전을 편다면 개인들은 당해낼 수가 수 없다. 특정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설마' '혹시나'란 생각에 테마주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정보로 나만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테마주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 위험하다는 것은 팩트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모주 시장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었다. 왜냐하면, 2022년에 상장한 70개 종목 중 44개(63%)가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졌으며, 지난해에 상장한 82개 회사 중에서는 단지 8개만이 상장일 대비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공모주가 테마주로 둔갑한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상장 첫날 변동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시장을 이끌 특별한 주도주가 없으면, 어김없이 테마주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공모주에 테마주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상장하는 기업이라면 무조건 돈이 될 거니까, 모든 공모주에 투자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공모주 급락으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폭락했다면, 투자자의 책임으로만 쉽게 치부해버릴 수 없다. 금융당국과 관련 기업,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관장한 주관 증권사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빨리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모가 선정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가에는 '영원한 테마는 실적'이라는 말이 있다. 요행으로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짧은 시간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왕도(王道)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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