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이제 돌이킬 수 없어…극한호우 더 잦아진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4.08.27 05:30

[한반도 기후리포트: 날씨의 습격-기후과학자에게 묻다]
②함유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편집자주 | 사상 최장 열대야, 시간당 100㎜의 폭우 등 올해 여름을 포함해 최근 몇년간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한반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전과 다른' 날씨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를 '한반도 기후리포트'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 본다. 그 첫 순서로 지금 겪고 있는 이상기후가 지구온난화와 어떤 관계인지, 한반도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상기후는 어떤 것인 지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 본다.

함유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수 패턴 변화는 2015년경 이미 임계점을 넘겼습니다. 이론에서나 볼 수 있던 극단적 강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

함유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강수의 양상이 지구온난화에 의해 이미 극단적으로 바뀌었고, 그 변화가 지구상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 중 한 곳이 한국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강수가 극단화 됐다는 건 넓은 지역에 약하고 오랜 기간 내리는 비 대신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쏟아지는 극한호우* 형태의 비가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국,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수 극단화 가장 영향 많이 받는 지역"



딥러닝 기반 모델을 도입해 지구온난화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온 함 교수 팀이 지난해 8월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연구 결과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직관적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이상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나 학문적인 인과관계 규명은 이제 막 본격화하는 단계다. 함 교수팀의 지난해 연구 결과는 '극단적 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란 걸 처음으로 규명해 학계의 이목을 모았다.

함 교수는 "한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수 패턴이 변하고 강수가 극단화되는 양상의 최전선에 있다"고 했다. 미국 동부 지역과 함께 이동성 저·고기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어서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강수 패턴은 과거의 경향과 뚜렷이 달라졌다. 전국적으로 비를 뿌리던 장마가 드물어졌고, 같은 서울 안에서도 폭우가 오는 지역과 '쨍한' 하늘이 공존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수 시간 내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등장하는 날 역시 늘어나고 있다.

그는 "강수가 극단화된다는 건 비가 강하게 오는 날도 늘어나지만 비가 안 오는 날도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비가 안 오는 날이 늘어난다는 건 폭염이 더 빈번해지는 것이고 결국 인간이 살기 힘든 날씨가 늘어난다는 얘기"라 했다. 이어 "강수 극단화는 몇년간 이어지다 끝나는 게 아니라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혹은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변화가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20년 7~8월 서울 폭염일수/그래픽=윤선정



자연계 내 이상기후 강화 피드백 이미 가동


그는 극단적 강수 외에도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점차 심화되는 추이가 "너무 자명하다"고 했다. '기후 피드백(되먹임)'이 이미 발동 됐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를 올린 맨 처음 원인은 산업활동에 따른 탄소배출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높아진 온도가 방아쇠를 당겨 자연 내에서 자체적으로 온도를 더 끌어 올리는 순환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바다는 매우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데, 해수 온도가 높아져 바다가 녹일 수 있는 탄산의 양이 줄어들면 대기 중 탄소가 더 늘어나 해수 온도가 더 올라간다. 높아진 온도가 빙하와 영구 동토층을 녹이면서 작동하는 악순환 역시 가동됐다. 함 교수는 "당장 내일부터 전세계가 탄소배출량을 최소로 줄여도 이미 진행되는 일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동시에 그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비가 오는 양상이 바뀌고 비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만큼,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높아진 게 대표적 예다. 폭염 증가에 대비한 온열질환 대응, 농작물 작황 관리 등도 대표적으로 대비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분야다. 함 교수는 "예측이 어려워지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여야 될 것"이라며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건 한계가 있고, 기상 상황의 높은 변동성을 대비하는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이 기후과학에 접목되며 이전 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른 예측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점은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이다. 함 교수가 주력하는 연구 분야 역시 이 딥러닝에 기반한 예측 모델 개발이다. 딥러닝으로 전지구 해양의 정보를 슈퍼컴퓨터 보다 빠르게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 지난달 네이처 자매지에 실었다. 최근에는 폭염 예측 모델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이미 진행된 온난화의 여파는 20~30년 후까지 막을 수 없지만 지금부터 인류가 최대한의 노력을 쏟는다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누적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비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비를 극한호우로 규정한다.

※함유근 교수는
△2024.3~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2013.10~2024.2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 △2010.3~2013.9 미국 나사 글로벌모델및동화사무국(GMAO) 연구원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학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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