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천하람 "군, 훈련병 얼차려 사건 관련 자료 폐기…조직적 은폐"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4.08.25 16:48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사망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4.06.19. /사진=뉴시스

군이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 수사의 주요 자료인 동기 훈련병 설문조사 결과를 고의로 파기하거나 핵심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한 정황이 25일 드러났다.

개혁신당 원내대표인 천하람 의원이 국방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12사단 감찰부는 지난 5월28일 '신병교육대 내 가혹행위·인권침해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A 훈련병 사망 3일 뒤 그의 동기인 12사단 신병교육대 24-9기 훈련병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훈련병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는지를 상세히 답변했다고 한다.

A 훈련병의 직접적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신병 교육·훈육을 빙자한 얼차려'가 있었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답변자 234명 중 76명이 '있었다'고 답했다. 12사단 감찰부는 설문조사를 정리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감찰부는 얼차려와 관련된 훈련병들의 구체적 답변 내용을 삭제하고 사단장에게 보고했다.

또 군은 훈련병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조사 답변지 원본을 전량 파기했다고 한다. 피의자인 강모 대위가 담당했던 이전 신병 교육 기수인 23-18기, 24-1기, 24-5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답변 자료도 모두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 의원은 "이 사건에 관해 동기 훈련병들의 구체적 진술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유가족들도 피의자가 강 대위가 담당했던 이전 신병교육 기수에서도 반인권적 얼차려가 있었는지 확인할 자료를 요구했는데 군의 고의적 폐기로 확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스스로 산 행위"라며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에 관한 조사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얼차려에 관한 사항은 이미 수사기관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설문결과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기에 제외했다"고 천 의원에게 해명했다.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은 지난 5월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 결과 A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중대장인 강 대위와 남모 중위가 학대치사,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강 대위는 지난 16일 춘천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성래)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가혹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남 중위도 군기 훈련에 대한 집행 권한이 없었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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