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졌다. 아파트 쏠림현상이 커지면서 빌라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아예 빌라를 지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근 1년 동안 빌라 인허가·착공 물량은 30%가량 감소했다. 신규 공급 빌라 10채 중 3~4채가 증발한 셈이다. 이 같은 공급 감소가 다시 신규 수요를 제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 주택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3% 감소한 2만3886가구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6월 비아파트 인허가는 3019가구로 1년 전보다 35.8%, 전월보다는 13.3% 줄었다. 이 기간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만867가구로 전월보다 4.3%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도 비슷하다. 누적 1만8332가구로 1년 전보다 35.8% 떨어졌다. 서울은 2000가구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당초 예상치(7만가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인허가를 받는 비아파트 수는 지속해서 급감했다. 코로나19(COVID-19) 이전 연간 13만가구를 넘었던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22년 11만6612가구에서 전세사기 여파 등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만7579가구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2017~2021년) 대비 40% 수준이다. 전체 인허가 물량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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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 비아파트 공급물량 더 줄어든다…상반기 착공 1년 전보다 27.8% 감소한 1만7366가구━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 우려되는 더 큰 이유는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포비아'(공포증)라고 할 만큼 비아파트는 기피하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비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6월 한 달간 비아파트 거래량은 1만2460건으로, 최근 5년간 6월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48.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 비아파트 시장은 수요·공급이 모두 쪼그라드는 시장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비아파트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자들도 안 짓는 측면이 크다"며 "정부 공급대책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공급대책으로 서울·수도권 재개발 지역 비아파트는 공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전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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