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유럽의 미래 (2): 누가 유럽을 위해 싸울 것인가?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4.08.25 06:00

편집자주 | 구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은 일종의 거대한 섬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틈만 나면 세상의 번잡한 일을 떠나 혼자 살고 싶어 합니다. 이른바 고립주의입니다. 하지만 무역과 통신 등으로 얽혀 있는 세상에서 구대륙을 잊고 신대륙에서 홀로 편히 살 수는 없습니다. 20세기 초 세계 최강 국가로 올라선 미국이 구대륙에 관여하지 않으려 하자 구대륙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결국 미국이 참전했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의 발발에 대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영국은 평화를 만들어내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능력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또다시 미국 없는 세상을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이 만든 초국적 유럽연합(EU)은 아직 경제적 연합에 머물러 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벨기에 브뤼셀에 가면 유럽연합(EU) 관리들은 나토(NATO)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미국 도움 없이 안보를 맡아보겠다는 기개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코소보 사태가 터지고 자신들에게는 의지만 있을 뿐 그 어떤 능력도 없음을 깨닫고는 의기소침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또다시 미국이 그들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이 떠오르자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전쟁이 유럽에서 발발했습니다. 러시아는 침공하는데 미국은 떠나려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의 지식인과 전략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시아의 분석가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보고 있는지, 지난주에 이어 7월 1일자 포린폴리시 '지상토론'을 연재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 /로이터=뉴스1



5. 억제가 전쟁보다 저렴하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가안보회의에서 "나토(NATO) 회원국들이 정당한 몫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유럽의 군사적 보호 비용을 계속 지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특히 냉전 종식 이후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유럽이 자신의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요구가 너무 자주 무시돼왔다.

너무 오랫동안 서유럽 사람들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도 일부 유럽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있는 파괴적 세력이 결코 자국 영토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올해 나토 회원국 32개국 중 최소 20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예정인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린 속도다. 폴란드는 20여 년 전에 이 목표에 도달했으며 현재 4%에 가까운 국방예산으로 동맹의 맨 앞에 서있다. 다른 국가들도 우리의 모범을 따라야 할 것이다.

억제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은 거의 5조 달러에 달하며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명 피해와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그러나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것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해야 할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더 나은 협력과 조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유럽통합군의 환상을 쫓는 것을 멈춰야 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는 각국 군대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 우리는 하나로 통합된 유럽 군대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더 나은 유럽 군대들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EU 예산으로 최소 5000명 규모의 연합 신속대응군―유럽군단이라고 부르자―을 창설할 수 있다.

둘째, 군 병력과 장비의 기동성을 개선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수송과 병참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셋째, 유럽은 회원국들이 긴밀히 협력해 방위산업 능력을 높이고 투자를 결합하며 군대의 작전 준비 태세를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인 EU '영구구조협력'(PESCO)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유럽이 국방력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세 가지 예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나토에 대한 우리의 헌신과 유럽 안보 체제에서 나토의 고유한 역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일부 EU 지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옹호하는 대신 EU-나토 간 "전략적 조화"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


미국의 정치적 흐름이 바뀌면 미국-유럽 관계가 심각하게 긴장될 수 있다는 널리 퍼진 두려움은 이해할 만하다. 영향력 있는 미국 정치인과 논평가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미국이라는 글로벌 초강대국이 유럽과 동아시아에 모두 관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미국이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말한 것처럼 진정으로 중국을 "가장 큰 지정학 및 정보경쟁의 라이벌"이자 "가장 중요한 장기 과제"라고 믿는다면, 미국이 가지고 있는 동맹 네트워크는 줄여야 할 부담이 아니라 중국이 가지고 있지 않아 이제야 모으려고 하는 종류의 자산으로 간주돼야 한다.

중국이 기존 세계질서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온 나라들을 오랫동안 공격해온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추진해온 막후세력이라는 것은 수많은 증거들이 보여준다. 중국이 러시아와 맺은 "무한" 파트너십은 중국이 꾸리고 있는 방대한 네트워크의 한 축이다. 우리는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이중용도 상품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중국이 이제 러시아 가스의 필수 고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란산 드론이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으며, 북한산 포탄과 탄도 미사일의 지원도 목격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미 등 소위 글로벌사우스라고 불리는 여러 지역에서는 중국, 이란, 러시아의 국가 후원 미디어가 현지 정권의 도움을 받아 자유롭게 선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적, 군사적으로, 그리고 인류의 마음과 정신을 놓고 경쟁하는 두 블록 간의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무리 강력한 초강대국이라도 동맹이 필요하다.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여전히 미국의 확실한 동맹이다. 유럽은 안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곧 파열될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유럽은 세계 민주주의 블록이 그 영향력과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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