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두려운 치매…"기억력 돌아왔다" 별세포로 찾은 열쇠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08.25 12:00

KIST

별세포내에서 자가포식 작용이 억제되면서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Aβ)를 제거하던 작용도 함께 억제되는 모습. /사진=KIST

국내 연구팀이 노인성 치매의 대표 격인 알츠하이머를 표적 치료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속에서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자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회복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류훈 뇌질환극복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 연구팀, 이정희 미국 보스턴의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별세포(Astrocyte)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법을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7월 게재됐다.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같은 독성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뇌 속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이러한 염증은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학계에서는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할 핵심 표적으로 '별세포'를 지목해왔다. 별세포는 뇌의 기억 및 인지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신경세포 간 접합부위인 '시냅스'를 조절한다. 별세포를 활용해 신경세포 주변의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면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 하지만 지금까지 별세포를 이용해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별세포의 구조를 나타낸 그림 /사진=KIST

연구팀은 별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오토파지·Autophagy)을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줄일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추정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스스로 잡아먹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독성 단백질이 축적돼 염증이 발생할 때 별세포의 반응을 확인한 결과, 별세포는 자가포식 작용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염증에 대응했다. 이어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에게 별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발현하는 자가포식 유전자를 주입했더니, 손상된 신경세포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별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를 줄이며 동시에 기억력과 인지 기능도 함께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뇌의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부위에서 자가포식 조절 유전자가 많이 발현될 경우, 뇌 조직 내 병리 현상이 줄었다.

KIST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별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이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 결과"라며 "별세포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향후 별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을 강화해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전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IST 주요 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보건복지부의 치매극복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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