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 핀 박은 사람이 영업사원?…'한달 150건' 대리수술 병원 재판행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서울 강남의 유명 관절 전문병원이 다음 달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 드릴로 직접 구멍을 뚫는가 하면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하고도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등 100명이 넘는 환자가 대리(유령) 수술의 피해를 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3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 병원의 병원장 A씨를 포함해 5명의 정형외과 의사와 1명의 간호조무사, 4명의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사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조직적으로 유도·가담한 정황이 고스란히 적시됐다.

검찰은 2020년 병원장인 A씨가 수술실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 두 명에게 의료용 드릴을 이용해 환부에 구멍을 뚫고 직접 망치로 의료용 핀을 박게 했다고 보고 있다. A씨가 망치질할 위치에 영업사원이 정을 대어주거나, 흐르는 피를 뽑고 손으로 직접 수술 부위를 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같은 날 이 병원 정형외과 의사 B씨는 인공관절 수술 후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를 봉합하게 하는 등 대리 수술의 범위는 광범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병원장인 A씨가 예정된 수술을 실제 집도하지 않고 다른 의사를 시키거나 중간에 나가버린 경우도 수 십건에 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B씨는 자기가 인공관절 수술 등을 집도하고도 24명의 환자를 병원장이 직접 수술했다고 허위로 기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다른 의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술·마취 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마치 A씨가 집도한 것처럼 거짓 기재한 사례는 109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런 방식의 대리 수술이 150건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단일 병원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리 수술' 재판을 앞두고 "지금까지 만연된 의사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끊어야 할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치열한 경쟁 속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적정한 의사 수를 유지하지 않는 병원이 아직도 많다. 실제 지난해 부산의 한 관절·척추병원은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집도하고, 의사는 거꾸로 이를 보조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 은평구, 광주 서구의 병원도 비슷한 유형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대리 수술과 같은 의료법 위반 행위는 없었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